관세청, 화장품 등 1인당 판매 수량 제한 지침사재기, 국내 재판매 막기 위한 규제매출 하락 불가피···단기적으로 규모는 제한적“산업 성장 가로막아···실효성 있는 대안 추진해야”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최근 면세점 업체들에 1인당 상품 판매 수량을 제한하는 내용의 지침을 보내고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면담을 진행했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출국일 기준으로 1인당 가방과 시계를 합산해 10개 이내, 화장품과 향수는 브랜드별 50개 이내로만 물건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제한을 브랜드별로 할지, 매장별로 할지, 시행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은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인기 면세품들을 대량으로 구입한 뒤 국내로 반입해 재판매하는 일부 보따리상을 규제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구입 후 공항에서 인도받는 것이 아니라 시내면세점에서 바로 수령하는 국산 브랜드들이 주요 규제 대상이다.
이에 대해 면세점 업계에서는 ‘쇼핑관광’의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관광 시장 최대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들은 지인들의 선물 등을 목적으로 대량 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도한 규제로 이들의 쇼핑을 제한할 것이라는 우려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면세점에서 쇼핑을 해서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을 좋아해 한번에 대량으로 많이 사가는 성향이 있다”며 “그래서 중국인들이 일본인이나 내국인보다 객단가가 높은 것인데 구매 개수를 제한하면 아무래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대량 구매 고객들의 국내외 재판매를 미연에 방지하지 위한 이번 조치로 대량 구매 고객 의존도가 높은 면세점은 매출에 일부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특허 추가로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 신규 면세점들의 경우 타격이 더 클 것으로 관련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들 면세점 중 대다수는 특허 평가 기준에 따라 국산품 판매 비중을 높이면서 국산 화장품 브랜드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다소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매출 타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중견중소기업들과 신생 브랜드들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대기업인 아모레퍼시픽와 LG생활건강의 경우 면세점 매출이 각각 20%, 30% 수준이다. 다만 이미 설화수, 후, 숨 등 면세점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주요 럭셔리 브랜드에 대해 자체적인 판매 관리 기준을 갖추고 있으며, 이 판매 제한 기준이 관세청 지침보다 더 낮기 때문에 매출 하락 우려는 적다는 입장이다.
또 이미 면세점 외의 유통망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중견업체들도 우려가 적은 편이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화장품과 향수 구매 제한 개수가 브랜드별 50개로 적은 편은 아니며, 관광상권의 다른 매장에서도 ‘택스프리(tax-free)’ 혜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매출에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전했다.
다만 면세점 채널 의존도가 높은 신생 브랜드의 경우 우려가 나온다. 또 품목에 따라 영향도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중국인에게 인기가 높은 마스크팩의 경우 수십개씩 사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50개 판매 제한이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생 브랜드 관계자는 “면세점 채널에 입점해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 지침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지켜보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처럼 관련업계에서는 대부분 여러 제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더라도 그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관세청의 이번 조치가 성급하고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판매 제한을 브랜드별로 할지, 매장별로 할지, 포장 상품의 개수는 어떻게 셀 것인지 등도 논란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 시내 면세점이 추가되면서 9개 면세점이 운영 중이기 때문에 한 매장에서 판매 제한을 한다고 해도 450개를 구매할 수 있다”며 “지침의 목적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실효성이 있으려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구매 개수를 제한하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각 국가별로 면세한도가 정해져 있고 중국 역시 1인당 5000위안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이중 규제라는 지적이다.
또 국산 면세품도 해외 브랜드처럼 공항에서 인도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등 규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들이 있는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는 관세청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 관광시장이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단계에서 이를 가로막는 규제라는 비판도 거세다. 내수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는 관광, 면세점, 화장품 사업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서 소비 진작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하기관인 관세청이 이에 역행하는 규제를 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혜인 기자 hij@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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