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트럼프 - ‘공백’ 박근혜···리더의 경제리스크 점화韓 실물경제와 지정학적 리스크 커질 가능성 높아져컨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대응·진단 늦어져 피해 키울수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보호무역주의와 겹쳐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직간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한미FTA 재협상이라는 이슈는 물론 우리가 참여 의사를 밝힌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도 존폐위기에 놓였다. 트럼프가 한미FTA보다 강도 높은 비판을 한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도 멕시코에 진출한 우리기업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특히 국수주의적인 그의 성향이 주요국들이 무역장벽을 높이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경우 세계화를 등에 업고 자유무역 규모를 넓혀 왔던 우리나라로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글로벌 무역 여건이 폐쇄적으로 변하면서 수출부진의 탈출이 늦어짐은 물론이고 중장기 전망까지 밝지 않다.
트럼프의 대북정책 또한 우리나라에 지정학적 리스크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 있다는 그의 발언은 북한의 위협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기름을 끼얹을 수 있는 민감한 얘기로 번질 수 있다. 대선 전 언론을 통해 내비친 김정은에 대한 표현이 일관되지 못하고, 핵실험 같은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북한을 견제할 주한미군에 대해 경제성(방위비 분담)을 적용한 점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는 불확실성의 한 요인이다.
대응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재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마비 상태에 가깝다. 총리 내정은 사실상 철회됐고,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후임으로 거론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위치가 애매해졌다. ‘리더십 공백’ 사태를 겪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발(發) 경제 후폭풍을 대비할 뚜렷한 컨트롤타워나 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돌풍을 일으킨 트럼프의 돌발적 발언들이 ‘열광’ 수준에 머물지 않고 일부는 현실화될 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든 보호무역이든 우리에게 경제적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대통령뿐 아니라 경제 컨트롤타워마저 ‘리더십 공백’ 사태가 지속되면서 ‘불확실성 리스크’를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트럼프의 1조 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 공약은 자국민의 고용을 늘리고, 법인세까지 내려주겠다는 자국민 중심 정책이다. 이를 두고 ‘곧 떠날’ 유일호 부총리가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 확대, 제조업 부흥 등의 정책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는 것은 현재 위기를 제대로 읽지 못한 대표적인 ‘리더십 부재’의 단면이라 볼 수 있다.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후보 당선 시 우리경제 전망을 흐리게 내다보면서 “원화절상 압력에 직면해 수출경기는 침체되고, 트럼프의 대북정책 강경기조 시 한반도 지정학적 불안감 확산에 따른 국가신인도 하락 위험이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윤원석 코트라 정보통상지원본부장은 트럼프가 자국기업 우대정책 및 보호무역 정책 강화 시 우라나라 주요 수출품목이 피해를 받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한미FTA를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비난해 왔기 때문에 재협상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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