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삼성 커넥션' 국민연금까지 불똥삼성물산 합병 과정 정부 '오더' 의혹 제기"국민 노후자금으로 특정기업 지원" 비판 거세기금운용 독립성 논란 재점화될 듯
당시 두 회사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최대주주로서 해당 안건의 가결 또는 부결을 결정할 수 있는 ‘캐스팅보트(Casting Vote)’를 쥐고 있었다. 합병에 우호적인 그룹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위시한 반대 그룹 모두 표대결을 앞두고 20%대 지분을 확보하는 데 그쳤던 만큼 국민연금의 결정이 이목이 집중된 것이다.
결국 국민연금은 내부 논의 끝에 7월10일 합병에 찬성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논의 과정에서 공식 자문기구를 비롯한 세계적인 자문업체들의 반대 권고가 잇따랐지만 국민연금 측은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 주식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과 국민연금, 삼성그룹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증언이 잇따르면서 이 같은 결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통상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민감한 사안일 경우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넘겨 찬반 여부를 결정했던 관행과 달리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찬성을 결정했고, 이 과정에서조차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문위원에게 찬성을 종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날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문형표 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한 위원에게 찬성해달라는 전화를 했으며, 지인으로 통해서도 청와대의 뜻이라는 의사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합병 부결시 삼성그룹의 승계가 암초에 부딪히고 국가 경제에도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합병 과정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발표를 이틀 앞두고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본부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밀리에 만난 사실이 드러나는 등 모종의 합의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기금 운용과 관련해 특정 기업을 봐줬다는 논란 자체가 나온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민의 노후 보장을 위해 마련된 자금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삼성가(家)의 기업 승계에 사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독립성을 가져야 할 임기 3년의 수장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교체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문형표 이사장을 비롯해 국민연금공단은 지금까지 15명의 이사장이 임명됐지만 이 가운데 임기를 채운 경우는 세 차례에 불과하다. 전임 최광 이사장의 경우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2013년 5월 취임했으나 지난해 기금운용본부 인사 문제를 놓고 보건복지부와의 갈등 끝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최 이사장 이전 13대 전광우 이사장도 2012년 12월 연임됐으나 박근혜 정부 출범을 이유로 중도 사임했고, 12대 박해춘 이사장도 임기 1년9개월을 앞두고 사퇴한 바 있다.
기금운용본부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당시 기금운용을 책임졌던 홍완전 전 본부장은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진박(朴)’ 인사로 분류되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대구고 동기 동창이다. 올해 초 신임 기금운용본부장에 오른 현임 강면욱 본부장 역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개성고·성균관대 1년 후배다. 한편 안 전 수석의 경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과련해 구속 수감된 상태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권마다 정부와 이사장, 기금운용본부장 갈등이 부각되면서 업무적격성 대신 누구 ‘라인’이냐에 관심이 집중되는 게 현실”이라며 “국민연금 기금운용이 수익보다 정무적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는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외부 입김을 차단할 수 있는 독립성 보장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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