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영장 재청구 분수령···특검 출석 조사중

특검, 구속영장 기각 후 3주간 추가조사

뇌물공여 혐의 입증할 증거 다수 보강해

영장 재청구 여부 이번주 내로 결정할듯

혐의 입증 자신감 보여 재청구 가능성↑

특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소환. 사진=최신혜 기자 [e-mail]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2일만에 특검에 재출석했다. 특검의 이번 조사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날 오전 9시30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소환했다. 지난달 12일 이후 32일 만이다.

오전 9시26분께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모든 진실을 특검에서 성실히 말하겠다”고 짧게 언급한 뒤 곧바로 들어갔다.

앞서 특검은 지난달 12일 1차 소환 조사 이후 나흘만인 16일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했다. 이후 18일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됐고 18시간여 만인 19일 오전 5시께 기각이 결정됐다.

이 부회장은 물론 삼성그룹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특검은 이 부회장에 추가 조사를 이어가며 영장 재청구를 준비해왔다.

특검은 영장이 기각된 지 3주간 추가 조사를 진행했고 25일 만에 이 부회장을 다시 소환해 그동안 추가로 조사했던 내용들을 확인하고 있다.

전날인 12일 특검은 이 부회장 재소환 방침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추가로 확인된 부분에 대해서 이 부회장에게 직접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추가 혐의에 대해서는 영장 재청구 여부가 결정되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법원은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없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을 구속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도 있었다.

이에 따라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를 위해 청탁과 대가 관계를 추가로 입증할 수 있는 증거들을 상당수 보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특검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의 주식을 모두 보유한 삼성SDI의 주식매각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초 공정위는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 1000만주를 매각해야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가 나중에 500만주로 변경했는데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는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은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았고 삼성은 최순실씨 소유의 독일 법인 코레스포츠에 35억원을 송금해 대가를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특검 측은 이 부회장 재소환에 앞서 공정위 등을 압수수색했고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 정재찬 공정위원장도 불러 조사를 마쳤다.

또한 특검은 삼성이 중간금융지주회사법 입법을 추진시키기 위해 관련 부처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이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만큼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날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밤샘조사를 벌인 뒤 곧바로 영장 재청구 작업에 착수해 빠르면 오는 15일게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 측은 최근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된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어떠한 특혜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순환출자가 단순화되는 것이므로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처분한 것은 순환출자를 해소하겠다는 의지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삼성은 “지난해 초 금융위와 금융지주회사 추진에 대해 실무차원에서 질의했지만 금융위가 부정적 반응이어서 이를 철회했다”며 “금융지주회사는 중간금융지주회사와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특검은 이날 이 부회장과 별도로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과 승마협회 부회장인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도 오전 10시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