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 의혹 제기 공방으로 가짜뉴스 촉발중앙선관위·포털·언론·정당마다 대응 총력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6일까지 적발된 ‘허위사실 공표·비방’ 등 가짜뉴스는 2만1826건으로 18대 대선 때보다 5.4배 늘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1일까지 선거사범으로 검찰에 입건된 사람은 264명, 흑색선전사범은 85명으로, 지난 대선 때 194명, 47명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지난 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대선 준비기간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18대 대선과 비교해 입건 인원은 36%, 흑색선전사범은 81% 증가한 것으로 보고 받았다”며 “이번 대선은 중요한 선거인만큼 검찰은 공정하고도 엄정하게 감시자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당국이 긴장할 정도로 이번 장미대선에선 과거보다 많은 가짜뉴스가 돌아다녔다. 선거기간이 짧은데다 주요 대선 후보도 과거처럼 2명으로 줄지 않고 5명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상대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한 거짓 정보들이 대량으로 유통됐다.
대선 후보들도 가짜뉴스 공방에 직접 참전했다. 특히 전국에 송출되는 생중계 TV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의 안보관이나 공약, 이력 등을 비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면서 가짜뉴스 양산을 촉발시켰다. 정당들도 하루에 많으면 대여섯 번씩 의혹 관련 논평이나 브리핑을 발표하며 경쟁 상대에 대한 의혹을 키웠다.
대표적 사례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에게 제기한 ‘북한 주적’ 논쟁이다. 유 후보는 지난달 19일 KBS 주최 TV 토론회에서 문 당선인에게 “북한이 우리 주적이냐”라고 물은 후 “정부 공식 문서(국방백서)에 북한이 주적이라고 나온다”고 밀어붙였다.
토론회 후 언론사들은 앞다퉈 진위여부를 기사화했으며 국방부와 통일부까지 나서서 입장을 발표했다. 결과는 유 후보가 잘못된 정보를 제시한 것이었다. 2004년 이후 국방백서에서는 ‘주적’이라는 표현이 삭제됐다.
대선 기간 주요 언론매체들은 아예 여론을 들끓게 만드는 가짜뉴스 판별 코너까지 만들었다. 후보별 의혹들의 사실 여부를 취재해 사실이나 거짓, 일부 사실·거짓, 논쟁 중 등으로 분류했다. 중앙선관위도 지난 1월 17개 시·도선관위에 ‘비방·흑색선전 전담 테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직원 182명을 투입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가짜뉴스들이 범람하자 정당들도 움직였다. 특히 가짜뉴스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무섭게 번지면서 신속한 대처가 중요해졌다. 각 정당들은 자기 정당 후보를 비방하는 거짓정보를 제보 받을 수 있는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전담 조직까지 꾸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일 2만6000여명으로 구성된 가짜뉴스대책단을 만들었다. 국민의당은 가짜뉴스와 흑색선전에 대응할 수 있는 ‘가짜뉴스 신고센터’라는 전담조직을 구성했다. 자유한국당도 홍준표 후보 캠프 공식사이트에 ‘FACT 체크’란을 별도로 만들어놨다.
유권자들이 온라인상에서 뉴스를 접하는 주요 창구인 포털도 중앙선관위와 협업해 가짜뉴스 ‘팩트체크’ 기능을 뉴스란에 추가했다. 네이버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와 언론사들과 협력해 만든 SNU팩트체크 코너를 대선 특집페이지에 걸어놨다. SNU팩트체크는 16개 언론사들이 직접 취재한 후보 관련 기사들의 진위여부를 검증해 거짓·대체로 거짓·사실반거짓반·대체로사실·사실·판단유보를 표시한다.
SNU 팩트체크 개발을 지휘한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대선 전 통화에서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가짜뉴스 논란이 커지고 있다”며 “참여 언론사들과 함께 뉴스 팩트체크를 한 후 그 결과를 포털에 게재해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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