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토론 후 적극 활용하던 洪·劉, 23일엔 침묵국방부 ″주적 표현 안 써″, 통일부 ″北 통일 동반자″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대선 후보 토론회 2시간 동안 ′주적′ 주제 공방은 3분을 이어가지 못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적 논쟁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안 후보에게 질문하면서 시작됐다. 심 후보는 안 후보를 향해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면 정상회담이 되겠나″며 ″언론보도를 보니 (안 후보와 국민의당은) 북한을 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후보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했다″며 압박했다. 안 후보는 ″그 말은 제가 한 말 중 반 토막만 자른 것이다. 북한은 우리의 적이자 평화통일의 대상″이라고 반박했다.
북한 주적 논란은 지난 19일 토론회에서 불거졌다. 이후 보수진영에서 대선 경쟁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후보를 공격하는 대표 무기로 썼다. 지난 19일 토론회에서 유 후보가 문 후보를 향해 ″북한이 우리의 주적인가″라고 묻고 문 후보가 ″그런 규정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응수한 후 보수-범보수 진영에서는 문 후보의 안보관이 위험하다는 공격을 연이어 쏟아냈다.
안 후보와 국민의당도 문 후보를 향해 주적 논란 포문을 열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TV토론을 보고 문 후보의 안보관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주적에 대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은, 마치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먼저 북한을 가겠다고 하는 것으로 굉장히 위험한 것"이라고 공박했다. 안 후보 역시 지난 21일 대선후보 초청 편집인협회에서 ″핵실험이 임박한 이런 상황에서는 (주적 인정을 주저하는 게)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23일 토론회에서 안 후보는 물론 홍 후보와 유 후보 모두 주적론을 이용해 문 후보를 비판하지 않았다. 언론보도를 통해 2004년 이후 국방백서에서 ′주적′ 표현이 삭제된 사실이 드러나고, 통일부가 북한을 주적으로만 규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지난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주적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통일부도 같은 날 ″대한민국 법 체계는 북한을 적으로 보면서 통일로 가야 할 동반자로 본다″고 알렸다.
23일 토론회에서 ‘주적론’은 후보 안보관 검증 수단에서 ‘고리타분한 색깔론’으로 성격이 바뀌는 흐름도 보였다. 심 후보는 안 후보에게 ″지난번 주적 논란이 참 시대착오적인데 거기에 안 후보가 편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보수표를 의식해 색깔론에 편승한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새 정치의 결론이 색깔론인가.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즉시 ″(심 후보의 발언이야말로) 역색깔론이다. 저는 그것을 색깔론으로 규정하고 접근하지 않았다″고 되받아쳤지만 이후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주적론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후 주적론은 경쟁 후보의 안보관을 검증하는 주요 수단으로 쓰이는 빈도수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토론회에서는 색깔론 천착 이미지가 씌워질 수 있어 후보 간 주적론 공방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교대학원 교수는 ″북한을 그저 주적으로만 부각시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이며 색깔론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지난 19일 토론에 비해) 23일 토론회를 보면 보수 후보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이 부분에 대해 각성을 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승민 기자
ksm@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