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은 이 수첩을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착관계를 증명할 핵심 증거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안 전 수석은 수첩에 적힌 내용에 대해 대부분 기억이 안난다고 답하며 특검을 맥 빠지게 만들었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공판에서 안 전 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특검과 삼성이 팽팽히 맞섰다.
이날 안 전 수석은 “수첩은 주로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나 전달내용을 적어 놓은 것”이라면서 “이 부회장과의 독대 이후에 박 전 대통령이 불러준 내용도 수첩에 적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 부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삼성의 현안 관련 청탁을 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최순실씨 모녀에 대한 승마 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공개된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이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메모가 적지 않았다.
먼저 2015년 7월25일에는 ‘삼성-엘리어트 대책, M&A 활성화 전개, 소액주주권익, Global Standard, 대책 지속 강구’ 등이 적혀있었다.
2015년 8월9일에는 ‘메달리스트, 스케이트 스키 영재발굴 훈련, 삼성지원 스케이트, 5억원 지원’ 등의 메모가 있었다.
2016년 2월15일 메모에는 ‘센터 fund 감사, 바이오 신산업, 금융지주회사, 글로벌금융, 은산분리, 아프리카, 삼성 역할, JTBC’ 등의 내용이 있었다.
그러나 안 전 수석은 수첩에 적힌 내용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했다. 또한 자신이 작성한 것이지만 급하게 쓴 글씨인 만큼 알아보지 못하는 글자도 있었다.
특히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나 삼성의 지배구조 등과 관련해 지시를 받거나 삼성 관련 현안을 챙기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최순실씨와 정유라의 이름도 언론보도 이전에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씨나 정시의 이름을 들은적이 있다면 수첩에도 기재했겠지만 그의 수첩에 두사람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한편 안 전 수석에 대한 증인신문은 5일 오후에 재개될 예정이다.
이날 재판부가 다음달 일정을 고려해 밤 11시까지 재판을 진행하기로 한 가운데 특검의 증인신문이 밤 8시쯤까지 진행되면서 변호인단의 반대신문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 전 수석은 5일 본인의 재판을 마친 후 이 부회장 재판에 다시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의 5일 재판에는 당초 박 전 대통령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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