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불가 SPA 체결 후 금호산업에 떼쓰기 국책은행 속한 채권단의 일방적인 거래 요구 제계 “향후 M&A시 해외 자본 유입 어려워져”
지난 18일 금호산업은 채권단에 의무사용기간 12.5년, 사용요율0.5%를 골자로 한 새로운 수정안을 제시했다. 채권단이 제시했던 사용료에 대한 보전금 일시불 지급은 거절하는 대신 더블스타의 직접 지불을 요구했다.
금호산업의 2차 수정안 제시에 산업은행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번에야 말로 상표권 문제를 해결 짓고 더블스타와 매각협상에 돌입하려했으나 또 다시 지연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제안한 것으로는 더블스타에 협상 제안조차 못한다”라며 “이 제안을 받아들이겠나”라고 말했다.
상표권 사용 조건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좌우할 카드로 떠오른 것은 지난 3월 산업은행과 더블스타가 맺은 주식매매계약(SPA) 때문이다. 당시 양측은 SPA 체결하면서 선결 조건 중 하나로 ‘금호’ 상표권을 5+15년 사용, 자유로운 해지, 사용료율 0.2% 등을 거론했다.
문제는 ‘금호’상표권을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산업이 보유했다는 점이다. 채권단은 상표권 보유사와는 논의하지 않은 채 수정 불가한 SPA를 체결한 후 금호산업에 SPA조건으로 상표권을 허용할 것을 요구했다. 금호산업이 협조하지 않자 그룹 전체 여신 거래 재검토, 금호타이어 경영진 퇴진 등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더블스타에는 협상도 제안하지 못한 채 금호산업엔 보전금을 일시불로 지급하고 더블스타의 손해분은 금리를 인하해 보전해주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 경우 금호타이어 매각가 9600억원 중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채권단이 떠 앉는 모양새다.
산업은행 등 국책 은행이 속한 채권단이 원칙과 전략 없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진행하면서 회사도 망가지고 있다.
채권단과 더블스타가 SPA를 맺은 3월13일 주당 8770원에 거래됐던 금호타이어 주식은 19일 오후 2시45분 기준 7320원으로 16.53% 감소했다.
또한 채권단에서 2015년에 이어 지난해 경영평가도 D등급으로 평가하면서 회사채 발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매각 지연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해외 매출을 급감하고 해외 공장은 신규 거래선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법정관리까지 거론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도 줄어들고 있다.
재계에선 금호타이어 경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매각이 필요했다면 채권단이 원칙을 지키고 전략을 가지고 매각 절차에 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국책은행의 행태들이 향후 타 M&A 진행시 건전한 해외자본 유입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앞뒤 안 가리고 금호타이어를 조기 매각하겠다는 목표만을 이루기 위해 일의 순서를 지키지 않아 매물에 생채기만 나는 상황”이라며 “게다가 해외자본까지 끌어들인 상황에서 기업에 일방적인 행태를 보임에 따라 국내 은행에 대한 불신만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책은행은 M&A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해야할 의무가 있는데 금호타이어의 경우 그렇게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우선 가격을 받고 보존해주겠다는 식의 행태는 정상적인 딜이 아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이를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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