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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공론화위, '책임회피용' 요식행위?···'답정문' 논란

신고리 공론화위, '책임회피용' 요식행위?···'답정문' 논란

등록 2017.07.31 15:12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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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결정권 회피···정부 눈치보기 인상 지울 수 없어전문가 없는 공론화위원회···소통인지 불통인지두산 박정원 “신고리 중단 땐 해외 진출” 문 대통령 “적극 지원”혼선 속 靑 제시한 찬반여부 답 낼까 '관심'

신고리 공론화 위원회. 사진=연합신고리 공론화 위원회. 사진=연합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운명을 좌우할 공론화위원회의 ‘결정권’을 두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당초 정부의 설명과 달리 위원회의 역할이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공사 재개 여부를 ‘최종결정’하는 것이 아닌 ‘권고’수준의 의견 제시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탓이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의중대로 최종 결정이 나는 것이고, 그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위원회가 존재하는 것”이라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28일 박수현 대변인 발언을 통해 “위원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결론을 내리든지 대통령이 100% 수용해서 따르겠다는 원칙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며 바로잡고 나섰다.

자칫 청와대가 전면에 나설 경우 위원회의 독립성 논란은 물론 정치적 공세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인지, 청와대는 “우리는 논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책임 떠넘기기 양상으로 돌변했다.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은 이날 “위원회가 공론화 과정에 대한 방향을 당초 방향과 전혀 다르게 변경하기로 의결한 것은 아니고, 숙의 과정을 어떻게 설계·관리할 것인가에 관해서 구체적으로 결정한 내용이 없다”고 밝혀 여전히 불씨를 남겼다.

청와대와 위원회의 설명을 종합하면 ‘위원회의 결정을 100% 수용하지만, 결정은 정부가 한다’라는 의미로 파악된다.

법적 근거와 절차적 정당성을 지적 받고 있는 위원회가 정치적‧법적 부담을 지고 스스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론위의 어정쩡한 태도는 시작부터 ‘정부 눈치보기’가 아닌가 하는 인상을 심어줬다.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식 정책 추진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당초 계획됐던 시민 배심원제는 사라지고 ‘공론조사’라는 새로운 단어까지 등장했다. 그런데도 답을 내려야 할 공론화위원회는 자신들의 역할조차 결정된게 없다며 아직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는 문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이었다. 취임 직후 “공사를 중단하라”는 지시에 따라 현재 건설이 멈춰선 상태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공약대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추진 대신 공론조사 카드를 꺼낸 것은 그만큼 정치적 부담을 줄일 ‘책임회피용’이라고 일각에선 풀이된다. 정부는 뒤로 살짝 빠진 채 형식적으로는 모든 판단을 공론위에 맡긴 셈이다. 신고리 5·6호기뿐만 아니라 한국 원자력 산업의 운명은 위원회의 손에 달린 형국이다.

더욱이 정부는 공정성을 명분으로 위원회 구성에 원전 이해관계자나 전문가를 제외했다. 국무조정실은 인선 배경과 관련해 ‘중립성 논란’ 때문에 이해 관계자를 처음부터 제외한 것이라 했고, 위원장을 맡은 김지형은 대법관 출신답게 절차적 정의를 강조하며 ‘공정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번 공론화 과정이 주민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방폐장 부지 선정 등과는 달리 중대한 국가 에너지 정책 방향과 연관된다는 점에서 ’공론화위원회‘의 비전문성을 우려하고 있다. 원전 중단 판단 여부는 원전의 안정성과 사용 후 핵폐기물 최종처리 등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전문지식이나 물리적으로 평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회의를 주도하는 행정부서의 의도대로 평가가 진행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이번 ‘공론화위원회’도 이런 전철을 밟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성급한 탈 원전정책 기조위에 국민 배심원단이 동원되거나, 장기적인 국가 에너지 정책이 포퓰리즘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는 것이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탈원전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책임있게 원안위의 결정을 거치든지 국회에서 결정해야 한다”면서 “법적 권한이 없는 공론위에 떠넘겨서 그 결정을 따르겠다고하면 나중에 잘잘못의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런 결정으로 사후에 평가가 잘됐다고하면 대통령과 정권의 공으로 하고, 잘못되면 공론위 결정에 따랐다고 책임을 피하는 구멍을 만드는 인식으로 비치는 국정운영을 해선 절대 안된다”고 비판했다.

앞서 27일 박정원 두산 회장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호프 미팅’에서 문 대통령에게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을) 중단하는 것으로 결정이 된다면 주기기를 공급하는 두산중공업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질 것이 우려된다”면서 “해외에서의 사업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도록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의 이날 발언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따른 그룹 매출 타격 우려에 무게를 둔 것으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아쉬움을 어렵싸리 표현한 셈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박 회장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그룹의 매출 타격의 우려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짤막한 답변으로 대신했다. 이는 이미 문 대통령이 신고리 5,6호기 공산 중단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부분이다.

사실 문 대통령의 탈원전 철학은 일관됐다. 후보 시절 공약에서도, 취임 이후 100대 국정과제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안심 사회 구축이 최우선 국정전략”이라고 밝혀 왔다.

한편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내달 3일께 3차 정기회의를 열고 결론도출 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다. 공론화위원회의 역할과 책임여부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명확한 방향과 목표를 설정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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