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여파 이어 ‘한미FTA’재협상, 거세지는 압박
미 백악관이 한미 FTA 폐기 논의를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뜻을 의회에 전달하면서 한미 FTA 폐기 논란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미국 업계와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북핵 위협까지 고조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북핵 문제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 한미 FTA 개정을 요구하는 미측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차분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우리도 협상 준비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백운규 산업부 장관도 “한미 FTA 폐기를 포함해 여러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 대 국가 간 협상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당당하기 보다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정부 부처 장관이 한미FTA와 관련해 ‘폐기’를 언급한 것 또한 정부가 선택지를 두고 고심하는 것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미국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 같다는 인상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부는 미국과의 치열한 기싸움에 대비해 면밀한 대응 논리와 함께 민간 업계와의 긴밀한 협력을 쌓아야 한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미국은 이미 한미FTA에 대해 재협상을 뛰어 넘어 폐기 카드까지 준비한 동안 산업부는 한발 뒤로 빠져 미국 측의 움직임만 예의주시하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는 “여러 카드를 가지고 있다”고는 밝혀왔지만 실상 제대로된 반전 카드를 내세운 게 없다. 산업부가 공론화위원회의 탈원전 관련 홍보 자제 주문에도 불구하고 전면적으로 나서 탈원전 홍보에 온갖 애를 쓰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정부가 여지껏 타결책을 찾지 못 한 가운데 관련 업계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철강을 비롯해 기계산업체들은 한미FTA로 인한 타격이 가장 커 고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FTA 변수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어 시장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사드보복이 장기화되고 있어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카드가 이 또한 마땅치 않아 문제다. 중국은 자국내 여러 수입 규제.행정 조치 등에 대해 “사드보복 조치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표리부동’ 작전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중국과 실무 공식 협상채널을 동원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정부는 앞서 지난 1월 26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결정한 대로 대중국 수출 피해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를 언제까지 지속할 수도 없다. 정부는 WTO 제소 카드마저 접은 상태로, 정부 대책이 헛바퀴를 돌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살길을 찾아 나서고 있는 양상이다. 롯데마트 등 중국 진출 유통기업들은 중국 사업 철수와 구조조정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면세점 업계는 동남아, 중동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다변화로 중국에 편중돼있던 소비자를 분산한다는 계획이다.
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북한의 핵 실험 및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한 안보리스크가 단기간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중국의 사드 보복, 한미FTA 등 대외리스크에 주시해야 한다”면서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경쟁력 제고에 고삐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신시장 개척 등 수출다각화를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면서 “브랜드 파워 제고 등을 통해 피해와 충격을 상쇄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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