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단기금융업 인가 홀로 획득초대형IB 핵심 업무 선점 효과 기대 높아계속된 심사 연기에 경쟁사들 속만 끙끙
13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통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들의 초대형IB 지정안과 한국투자증권의 단기어음 발행업 인가 안을 상정해 처리했다고 밝혔다. 애초 정례회의가 격주 수요일에 열리는 만큼, 지난 8일이 예정일이었으나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일정과 겹쳐 13일로 미뤄졌다. 이번 안건 통과로 한국투자증권은 6월 말 기준 자기자본 4조3500억원의 2배, 약 8조7000억원가량의 만기 1년 이내 확정금리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를 두고 시장 선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 중이다. 이미 종합금융투자실이라는 별도의 운용부서를 신설해 업무를 준비한 만큼, 초기단계에서도 1조원 규모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초기 사업 선점 효과로 미소를 짓는 한국투자증권 외에 심사기간이 길어지는 증권사들은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애초 1호 지정 논란을 피하고자 5곳의 증권사가 동시에 인가 안을 제출할 정도로 사전에 공을 들인 탓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보수적인 운용 포트폴리오가 단기금융업 인가 단독 상정의 이유라는 추측도 인다. 은행권의 거센 반발과 정치권의 부정적인 반응, 정권이 바뀐 뒤 금융당국의 시원찮은 태도 등에 비춰볼 때 가장 보수적 관점인 한국투자증권에 우선 인가안을 제공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은행연합회는 공식적인 자료를 통해 초대형IB의 단기금융업 인가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한국신용평가가 대주주 적격성으로 인가 안 심사가 보류된 삼성증권 제외 4사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은 포트폴리오상 기업금융 비중을 50%로 구성했다. KB증권은 이보다 더 높은 68%이나 한국투자증권은 35%로 4사 중 가장 낮은 비중을 선택했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현금성자산 및 국공채로 이뤄진 고유동자산 비중은 35%로 4사 중 가장 높았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은 고유동자산을 30%로 KB증권은 20%로 계획했다. 일정비율의 운용비율(기업금융 50%, 부동산 금융 30%)이 있으나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운영 초반에는 일정기간 동안 유예기간이 주어져 보수적인 포트폴리오 운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적 포트폴리오인 한국투자증권의 단독 인가 상정은 모험자본을 육성 취지의 초대형IB 육성안과 반대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모험자본 육성을 위한 정책이나 결과적으로는 안전을 우선 선택했다는 비판이다. 금융당국에서 한국투자증권을 단독으로 상정한 이유, 근거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알린 내용이 없어 단독 상정 이유의 짐작이 어려운 부분도 논란을 키운다.
애초 당국은 충분한 자본력을 토대로 성장잠재력이 높은 기업에 모험자본을 적극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투자은행 본연의 역할이 제고될 필요가 있다며 단기금융업 인가를 인센티브로 내걸며 증권사들의 자본확충을 유도했다.
실제 한국기업평가 안나영 연구원 역시 리포트를 통해 “가장 크게 달라지는 건 기업대출이 될 것”으로 전망하며 “초대형IB 지정의 정책도가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 간접금융시장 활성화, 모험자본의 공급에 있음을 고려할 때 일정 수준 이상의 대출금 운용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한투의 이번 인가 승인은 초대형IB의 지지부진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기다리는 증권사들 달래기 용이라는 후문”이라며 “당국의 늦장 심사에 수천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은 증권사들만 입장만 난처해진 형국”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측은 “보수적인 포트폴리오 운용에 관련 논란에 대해 사실 여부를 당장에 밝히긴 어렵지만 향후 여건이 될 경우 사업 포트폴리오나 발행 어음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을 오픈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했다.
뉴스웨이 장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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