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입찰서 국내외 기업 경쟁구도 형성 해외 매각 가능성에 ‘국부유출’ 우려 여전 쌍용건설처럼 재도약 가능 긍정적 시선도산은 “장기 경쟁력 고려해 매각 진행할것”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마감된 대우건설 예비입찰에는 미국 에이컴을 비롯한 국내외 기업 10여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대우건설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추후 적격 인수후보를 추린 뒤 다음달 본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초에는 매각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이 KDB밸류 제6호 유한회사를 통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약 2억1093만주)다. 지분 가치는 1조4000억원 수준이며 약 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으면 매각 대금은 최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예비입찰에서 10여곳이 관심을 보이자 외부에서는 대우건설 인수전의 흥행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분위기다. 여기에는 3분기 영업이익에서 드러난 대우건설의 실적 개선세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의 올 3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은 1138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7.0% 성장하는 등 표면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앞으로가 관건이다. 해외 기업이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당사자 사이에 갈등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토종 기업의 해외 매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국부유출’로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의 해외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정치권과 산업계 전반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건설업계에서는 극동건설을 해외 매각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로 꼽는다. 극동건설은 2003년 미국계펀드 론스타에 매각됐다가 2007년 웅진그룹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회생채권 규모가 1300억원에 이르는 등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이후 극동건설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와 맞물려 자금난에 시달렸고 기업회생절차 끝에 2015년 세운건설에 편입된 뒤에야 경영정상화의 불씨를 살릴 수 있었다.
물론 정반대의 사례도 있다. 2015년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두바이투자청(ICD)에 인수된 쌍용건설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두바이투자청의 지원에 힘입어 2015년말 두바이 로얄 아틀란티스 호텔과 팜 게이트웨이 등 총 1조9000억원에 달하는 해외 프로젝트를 따내기도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의 해외 매각 가능성을 놓고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 반면, 해외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존재한다.
일단 산업은행 측은 대우건설 매각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건설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 기업이 회사를 이끄는 게 장기적으로 긍정적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금호타이어 매각에 실패한 산업은행으로서는 잠재적인 부실 요인을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이번 작업을 매듭지어야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지난달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자가 산은보다 경영을 잘한다면 오히려 국가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매각가에 구애받지 않고 장기 경쟁력 차원에서 매각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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