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조선 구조조정 방안 놓고 고민 지속 이달 추가 실사 착수···2월 중순 마무리‘청산가치’, ‘혈세낭비’ 등 우려는 많지만 “조선업 경쟁력 고려해 되살려야” 지적도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정KPMG는 이달 성동조선에 대한 추가 실사 작업에 돌입했다. 이 회사는 산업부와 금융위원회, 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성동조선의 컨설팅을 맡을 업체로 선정됐다. 이에 2월6일까지 실사를 진행한 뒤 설 연휴 전인 2월 중순께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가 이번에 추가 컨설팅을 진행하는 것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성동조선의 존속 가능성을 다시 한번 따져보자는 취지다. 그간의 실사가 현금 흐름이나 유형자산, 인력구조, 비용지출 등 재무적인 부분에 치우쳐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던 탓이다.
외부에서는 이번 실사에 기술력과 보유 특허 수, 장기 고객 확보 가능성,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이 함께 반영되면서 성동조선이 재평가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도 실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속내는 복잡하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은행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수은은 이미 지난해 성동조선에 대한 실사를 진행해 청산가치가 더 높다는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유출된 중간 실사 결과에서 청산가치는 7000억원, 존속가치는 2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즉 성동조선을 청산하는 게 살리는 것보다 5000억원 이득이라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사실 수은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 2010년 4월 성동조선과 자율협약을 체결한 이래 약 3조원의 자금을 투입했음에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성동조선은 비록 지난 2016년엔 약 39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기는 했지만 2010년부터 2015년 사이에는 누적 1조59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4년말 76척에 달하던 수주잔량도 지난해말 5척으로 급감했다.
또한 수은도 2016년 1조4692억원의 손실을 내며 1976년 창립 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는데 조선업 구조조정과 맞물려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이 가운데 수은이 앞으로도 지원을 이어간다면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국책은행인 수은이 성동조선을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칫 조선업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어서다. 더욱이 최근들어 조선업종 전반에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국제유가 상승이 대표적인 신호다. 업계에서는 올해 유조선 발주가 늘어나면서 조선사의 수주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업황이 최저점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글로벌 선사로부터 선박 발주도 다시 활성화되는 양상이다. 이는 앞서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성동조선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정부도 조선업을 되살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냄에 따라 수은도 성동조선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게 될 것이라는 게 금융권 일각의 시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새해 첫 방문지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은 것은 각 주체가 조선업 회생에 힘써달라는 메시지로 읽히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성동조선의 구조조정 방안은 단순히 볼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현장의 근로자는 물론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은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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