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투표 없이 압도적 표 차이로 당선···역대 최다유일하게 운용업계 표심 내거는 특별한 공약 없어 대형사들의 ‘반 키움’ 정서로 약점 작용하기도 해현직 프리미엄·관료출신 등 인맥이 득됐다는 평통상산업부·산업자원부 등 거친 ‘꼼꼼맨’ 으로 정평
이번 선거는 당일까지도 확실한 강자가 없는 예측 불허의 상태였다. 때문에 이번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획득하는 후보가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왔으나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보인 것. 더군다나 권 신임 회장은 다른 두 후보들과는 다르게 자산운용사의 표심을 자극할 만한 어떠한 특별한 공약을 내놓지 않아 이 점이 약점으로 꼽히기도 했다. 때문에 권 신임 회장이 어떻게까지 해서 차기 협회장자리를 차지하게 됐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26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임시총회 결과 68.1%의 득표율로 권용원 후보자를 제4대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황성호 후보자는 24.1%, 손복조 후보자는 7.7%의 득표율을 얻었다.
이날 권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추대로 회장 자리에 오른 황건호 1대 회장을 제외하고 박종수 2대 회장은 1차 선거에서 43%, 2차 선거에서 59.2% 득표율을 얻었다. 황영기 회장은 50.7%로 간신히 과반수를 기록하며 협회장에 당선됐다.
사실상 업계에서는 이 세 명의 후보들로 압축됐을 때, 제일 먼저 권용원 후보를 유력 후보로 점찍었다. 하지만 권 후보에 대한 대형 증권사의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면서 막판 변수가 됐다.
권 후보는 키움증권을 온라인 증권사라는 점을 내세우며 저렴한 수수료로 개인 고객들을 끌어모으며 2005년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키움증권이 적정 가격 이하의 온라인 수수료를 무기로 시장점유율을 늘리면서 대형사들이 브로커리지 경쟁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이후에도 주식 매매수수료는 점점 떨어지고 제 값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대형사 구조조정의 한 원인이 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 무료 수수료 경쟁을 촉발시킨 키움증권이 신용융자 이자를 가장 비싸게 받아 수익을 챙긴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키움증권은 권 사장이 부임한 이후 줄곧 최고 12%(1~15일) 수준의 높은 이자율을 유지하다 비판이 이어지자 지난해 말 금리를 낮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2014년 권 후보는 업계 최초로 펀드 최저가격보상제를 시행했는데,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의 최저가격보상제가 출혈 경쟁에 불을 붙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곧 협회장 선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형증권사 중심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됐다는 것. 협회장 선거의 40%는 ‘1사1표’ 원칙으로 의결권을 균등하게 분배되지만 나머지 60%는 각 사의 회비 분담금 비중에 따라 차등을 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분담금을 많이 내는 대형사의 입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당시 권 후보는 두 후보들과는 다르게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자산운용사 표심을 자극할 만한 어떠한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히곤 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금투협 회장을 가르는 요소는 운용업계의 지지로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었다. 실제 지난 2015년 3대 금융투자협회장 후보시절의 황영기 회장도 운용업계의 숙원이었던 장기펀드의 세제 혜택이라는 공약을 내걸고 운용사들의 표심을 얻는데 성공했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241개 금투협 회원사 중 운용사가 169곳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급성장했다. 지난 3대 협회장 선거에서 86개사에 불과했던 자산운용사는 정부가 사모펀드 설립 문턱을 낮추면서 최근 3년 새 83개사나 늘었난 것이다. 권 후보를 제외한 손 후보와 황 후보는 공통적으로 자산운용사 협회 분리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초 '현직 프리미엄'을 달고 유력후보로 떠올랐던 권 후보는 선거기간 동안 여러 변수들이 생기면서 업계에서도 차기 협회장 자리에 누가 올라설 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권 후보가 이런 변수를 물리치고 협회장 자리를 차지하게 된 배경에는 현직 증권사 사장이며, 기술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4차 산업 관련 금융지원이 필요한 시기 좀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제 차기 협회장인 권 신임 회장은 미 MIT를 나온 경력을 바탕으로 키움증권의 온라인 비즈니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실제 그는 1996년 통상산업부 기술품질국 산업기술기획과 서기관, 1998년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국 산업기술정책과 서기관, 1999년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국 산업기술개발과장 등을 지낸 관료출신이기도 한데 그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쌓은 인맥이 금융당국과 협의 시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들은 권 신임 회장의 높은 득표율의 이유로 ‘높은 커뮤니케이션 능력’, ‘공직에서 다져진 다양한 업무경험’ 등을 꼽기도 했다. 또 “하나를 하면 꼼꼼하고 구체적으로 하는 스타일이다”라는게 그의 정평이다.
한편, 권 신임 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기술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기술고시 21회에 합격해 관료 생활을 하다가 지난 2000년부터 다우기술, 인큐브테크, 다우엑실리콘 등 IT(정보기술) 업체에서 근무했다. 2009년부터 키움증권 대표를 맡아왔다. 그의 임기는 오는 2월 4일부터 2021년 2월 3일까지 3년 간이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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