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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황당 실수에 가습기 피해자 세번 울었다

공정위 황당 실수에 가습기 피해자 세번 울었다

등록 2018.02.26 14:11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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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디스커버리 사명 변경 몰라 책임 없는 법인 고발공정위 “SK서 알리지 않아 몰랐다”······절차 원점으로회사분할 사실 확인 못해···디스커버리 고발 안해공소시효 한 달 앞두고 28일 전원회의 다시 열어

사진= 연합 제공사진= 연합 제공

공정거래위원회의 황당한 실수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공소시효를 얼마 남기지 않고 다시 절차를 밟게 돼 피해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26일 공정위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SK케미칼이 작년 12월 회사 이름을 SK 디스커버리로 바꾼 점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이전 회사 명의로 과징금과 검찰 고발 처분을 내렸다.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었던 SK케미칼은 작년 12월 1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인적분할을 했다. 기존 SK케미칼 사명은 ‘SK 디스커버리’로 변경했고, SK케미칼의 이름은 신설되는 회사가 이어받아 지난달 5일 주식시장에 각각 상장까지 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지난 12일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SK케미칼에 과징금 3900만 원과 법인의 검찰 고발, 시정명령 등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는 SK케미칼이 2002년 10월부터 2013년 4월 2일까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제품 라벨에 독성물질이 포함된 사실을 빠뜨렸다고 판단, 전원회의를 통해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

즉 공정위는 책임이 있는 SK 디스커버리에 고발과 과징금 처분을 내렸어야 했지만, 이름만 같을 뿐 과거 사건에 대한 책임이 없는 회사에 처분을 내린 것이다. 공정위는 실수를 정정하기 위해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에 해당)를 재작성해 SK 디스커버리에 보냈다. 또 오류를 정정하기 위한 전원회의를 오는 28일 열어 사건을 다시 심의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가 4월 2일로 불과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정위가 SK케미칼을 고발한 시점은 연장된 공소시효가 약 50일 남은 이달 중순이었다. 공정위의 실수로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 가뜩이나 부족한 검찰의 수사 시간을 빼앗은 셈이다.

공정위는 SK 디스커버리 측이 분할 사실을 공정위에 알리지 않아 오류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인민호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SK케미칼(신설회사)은 생활화학 부문을 영위하고 있는 사업자로서 (구)SK케미칼의 법적 책임을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사업자”라며 “SK 디스커버리(주)도 회사 분할이 있다 해도 법적 책임이 부인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사안은 위원회 심결 과정에서 2017년 12월 1일 (구)SK케미칼이 SK디스커버리(주)와 신설 SK케미칼(주)로 분할된 사실이 있음에도 피심인 측이 이를 공정위에 알리지 않았고, 공정위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발생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오는 28일 SK 디스커버리에 대한 고발을 즉시 결정하고 고발요청서를 다시 검찰에 보낸다고 하더라도 날려버린 시간은 적지 않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표시광고법 위반인 이 사건은 공정위의 고발이 없으면 검찰이 기소할 수 없는 전속고발제 사건”이라며 “공정위의 고발요청서가 부실하게 작성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공정위의 실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피해자 가족은 “어이가 없다. 피해 당사자 가족뿐 아니라 국민 누가 봐도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까 납득이 가지 않은 일 처리”라며 “공정위 차원에서 내부 실수인지 의도가 있는지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과거 한 차례 이 사건을 조사했지만 사실상 무혐의인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고, 외압 논란까지 일며 불신을 받았다. 따라서 피해자를 생각했다면 이번 재조사야말로 성의를 다해 완벽하게 처리했어야 했다. 김상조 위원장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평가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하고 두 차례 허리를 숙이며 “통렬히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검찰의 진상규명 시간조차 갉아먹게 되면서, 말뿐인 사과와 반성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예용 가습기 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은 “공정위가 경제검찰이라고 하는데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사건을 처리한 결과”라며 “공정위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얼굴을 들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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