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그랩’에 FI 투자로 참여미래에셋 中디디추싱 펀드 설정SK, 금융업 정리에서 인연 시작차량공유 사업 공감대 형성한듯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최근 그랩이 추진한 투자유치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했다.
그랩의 투자유치 규모는 20억달러(약 2조1250억원)에 달하지만 SK 측의 정확한 투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그랩의 투자유치에는 SK㈜ 외에도 일본 소프트뱅크, 중국 디디추싱 등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은 그랩 투자유치에 참여한 디디추싱에 2800억원의 규모의 펀드를 설정했다고 전날 밝혔다. 국내 펀드가 글로벌 유니콘 기업에 대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사례는 처음이다.
그랩과 디디추싱은 모두 차량공유를 사업모델로 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그랩은 현재 동남아 차량호출 서비스 시장의 7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차량호출서비스의 원조격인 우버가 그랩 때문에 동남아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디디추싱은 중국 승차공유시장 내 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승차공유앱이다. 약 4억5000만명 이상의 사용자가 등록돼 있고 매일 2500만명 이상이 이용한다.
최 회장과 박 회장은 서로 다른 사업 분야를 주력으로 하고 있지만 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스타트업에는 두 사람 모두 관심이 높다.
이같은 밀월 관계가 이번 그랩 투자유치에 공동 참여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K그룹과 미래에셋그룹은 국내 스타트업에도 공동으로 투자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풀러스는 22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는데 투자자 목록에 미래에셋의 ‘신성장기술펀드’와 SK㈜가 함께 이름을 올렸다.
또한 미래에셋그룹은 SK그룹이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를 추진할 당시에 자체자금과 투자자로부터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1조원 규모의 FI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이 SK E&S의 신주를 높은 가격에 인수한 점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SK E&S는 지난해 11월 68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배정 대상은 미래에셋대우가 세운 특수목적회사(SPC)로 SK E&S의 지분 10%를 보유하게 됐다.
특히 미래에셋이 총수익스와프(TRS) 형태로 지분을 확보했다는 점이 주목 받는다. TRS는 사실상 대출 계약으로 SK는 미래에셋으로부터 지분을 되사오는 조건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SK E&S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 유동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셋그룹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 셈이다. 특히 미래에셋은 비상자사로 정확한 시장가치가 알려지지 않은 SK E&S의 지분가치를 상당히 후하게 평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과 박 회장의 밀월관계를 통해 SK와 미래에셋의 사업 협력도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두 사람의 밀월관계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알 수 없지만 SK그룹이 금융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인연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있다.
SK그룹은 지난 2004년 2월 SK투자신탁운용(현 미래에셋자산운용)을, 2005년 SK생명보험을 매각했는데 모두 미래에셋에 넘어갔다. SK그룹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금융계열사였던 SK증권 역시 미래에셋그룹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비록 박현주 회장이 우회투자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최 회장과 박현주 회장의 평소 친분 관계를 고려하면 그랩에 대한 투자와 관련해 공감대를 형성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관계자는 “디디추싱 투자건은 구주를 인수해 지분을 확보하는 투자다”라며 “공교롭게도 투자 시점이 비슷하고, 디디추싱이 그랩 주주여서 확대해석된 것일뿐 전혀 별개의 투자건이다”고 말했다.
이어 “디디추싱 사업전략이 글로벌 승차공유 업체들의 지분을 일정부분 소유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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