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민간 출신 수장 ‘최흥식’ 채용비리 낙마 이후시민단체 출신 정치인 김기식 취임에 기대 컸는데정치권 싸움에 퇴진 위기 몰리자 직원들 ‘자괴감’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에 휩싸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검찰에 고발된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엘리베이터에서 직원들이 주고받은 대화 중 일부다.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연루된 최흥식 전 원장이 취임 6개월만에 자리에서 물러난데 이어 김 원장이 취임 1주만에 사퇴 기로에 놓이면서 금감원 직원들은 이른바 ‘식’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권 저승사자’로 불렸던 김 원장의 취임으로 무너진 금감원의 위상 회복을 기대했던 직원들은 차관급으로 인사청문 대상이 아닌 금감원장의 인사청문회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불과 1주 전 김 원장이 취임했을 때만 해도 금감원 내부에서는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친(親)정부 인사로 규제 강경론자인 김 원장이 수장이 되면 금감원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최 전 원장이 감독 대상인 금융사와의 힘겨루기 끝에 낙마하면서 구겨진 자존심을 되찾아주길 바랬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피해 다니기 바쁜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금감원 안팎의 혼란을 수습할 최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 때만 해도 과거 직원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국회의원 당시의 해외출장이 외유성 로비라는 옷을 걸치고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2014~2016년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를 역임한 김 원장은 피감기관과 민간 금융사 등 3곳의 로비를 받아 해외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2014년 3월 한국거래소가 주관한 우즈베키스탄 출장(2박 3일)을 시작으로 2015년 5월 우리은행 주관 중국·인도 출장(2박 3일), 5~6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관 미국·유럽 출장(9박 10일)을 다녀왔다.
특히 KIEP 출장의 경우 당시 인턴 신분이었던 여성 비서가 동행해 적절성에 논란을 빚고 있다.
김 원장이 참여연대 사무총장 시절 포스코의 지원을 받아 1년간 미국 연수를 다녀왔고, 국회의원 임기 말 정치후원금을 소진하기 위해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는 야당의 추가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뇌물죄, 직권남용죄 등의 혐의로 김 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출신 원장의 취임으로 조직의 위상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는 빗나갔다. 오히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여당에 대한 집중 공세에 나선 범야권의 타깃이 됐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김 원장이 워낙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 보니 의원 시절부터 적이 너무 많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 전 원장의 불명예 퇴진에 따른 혼란을 수습하고 이제 제대로 일 좀 해보자던 직원들의 사기는 다시 바닥에 떨어졌다. 때마침 삼성증권에서 일명 ‘유령주식’을 직원들에게 배당하는 배당사고까지 발생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김 원장이 사퇴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물러날 경우 직원들은 또 다시 수장 공백기를 거쳐 신임 원장에게 업무보고를 하기 위해 야근을 해야 한다.
‘6개월’ 최흥식에 이어 ‘1주’ 김기식. 금감원 직원들이 ‘식’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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