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출범 이후 줄곧 “해체 필요” 강조조직 폐지는 어렵지만 충돌 가능성 높아‘조력자’ 최종구 위원장과의 관계도 주목
금융위는 4일 오전 임시회의를 열고 윤석헌 교수에 대한 금감원장 임명 제청안을 의결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29조에 따라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르면 오늘 중 금감원장 임명 제청안을 재가할 예정이다.
윤석헌 내정자는 그동안 학계에서 금융위 존재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했던 개혁 성향의 금융학자 중 대표 격이었다. 2008년 금융위 탄생 이후부터 금융위 조직 존재에 대한 윤 내정자의 의견을 돌이켜보면 대부분 “금융위를 쪼개서 없애야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특히 윤 내정자는 지난해 2월 국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체계 개편안 논의 토론회에서 “2008년 금융위가 설치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규정했다. 금융위가 금융정책 수립과 감독 기능을 모두 갖고 가면서 금감원의 위상이 쪼그라들었다는 것이 윤 내정자의 의견이었다.
윤 내정자는 “금융 산업 진흥과 감독 기능은 이율배반적이므로 두 기능을 서로 다른 기구로 나눠야 한다”며 “금융위를 해체하고 정책 업무는 기재부로, 감독 업무는 금감원에서 개편될 별도 민간 공적기구로 분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최종구 위원장과 윤 내정자는 지난해부터 금융행정혁신위원회(혁신위)와 금융발전심의회 활동을 하면서 그런대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윤 내정자가 최 위원장 등 옛 재무부 출신 관료들에 대해 쓴소리를 했던 전례가 있어 관계가 껄끄러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윤 내정자는 지난 2013년 “금융권에서 낙하산 문화가 없어지지 않는 것은 모피아 때문이며 현재의 체제에서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들)의 인사 전횡을 막을 길은 없다”며 옛 재무부 출신 관료들을 거세게 몰아붙인 바 있다.
이러한 전례가 있기에 금융위 내부에서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윤 내정자가 현 정부 금융·경제 정책의 최고 실세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매우 막역하다는 점 등을 들어 까딱 잘못하면 금융위의 존재가 미미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물론 윤 내정자가 강조했던 것처럼 당장 금융위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금융위를 없애려면 금융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률과 정부조직법 등을 고쳐야하고 이는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거쳐야 하는 일이기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조직의 변화가 불가능하다면 결국은 조직 간의 충돌이 격화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 때문에 금융위와 금감원이 여러 현안을 두고 사사건건 의견 충돌을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 금융권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금융위와 윤 내정자는 약간의 불협화음을 낸 바 있다. 지난해 말 혁신위가 권고안을 내놨지만 이 중 일부는 수긍하지 않았다. 특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과세·과징금 징수 논란에 대해서는 금융위가 현행법상 어렵다며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이외에도 혁신위의 권고안 중 일부에 대해 “현재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 점이 있다”며 혁신위와 현격한 온도 차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위가 자신들의 입에 쓴 권고안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최 위원장과 윤 내정자의 관계 또한 꽤나 모호하다. 나이로는 윤 내정자가 최 위원장보다 아홉 살이나 많다. 또 지난해부터 혁신위원장과 금발심 위원장을 역임하는 과정에서 최 위원장이 윤 내정자를 극진히 존대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금융권 내부에서는 “어르신 금감원장이 들어왔으니 금융위원장이 쓴소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과 관련해 혐의 확정을 위한 감리위원회 개최 시점을 두고 금감원과 금융위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두 조직의 갈등이 상당해질 것을 암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오는 10일에 원칙대로 감리위원회를 열자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금융위는 검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감리위 안건 상정을 미루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학자가 보는 시각과 시장이 보는 시각, 당국에서 보는 시각이 다 다른데 학자의 시각에서는 이상적 모습만 보인다는 점이 문제”라며 “그나마 윤 내정자가 당국과 연관된 일을 많이 한 만큼 금융위와의 유연성을 얼마나 발휘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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