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감원만 불러 ‘삼성바이오 제재’ 임시회의“한 쪽만 의견 듣는 것은 대심제 원칙 위배” 우려당국 “금감원 측 진술 청취 부족···불가피한 결정”
증권선물위원회는 오는 12일 오후 4시 30분부터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 기준 위반에 대한 제재 심의를 속개한다.
증선위가 격주로 열리는 정례회의 대신 특정 사안을 별도 상정해 임시회의를 여는 것은 지난해 3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와 관련해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인이었던 딜로이트안진에 대한 징계를 심의한 임시회의 이후 1년 3개월 만에 열리는 것이다.
증선위는 지난 7일 회의 때 회사와 감사인의 의견진술과 질의응답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조치 근거가 되는 회계기준의 해석 등 금감원 안건의 내용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시간이 부족했다고 판단해 금감원만 따로 불러 심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회의는 오전 10시부터 12시간 넘게 대심제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이 회의의 대부분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의혹 소명에 활용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금감원 측의 설명을 충분히 듣지 못했다는 것이 금융당국 측의 설명이다.
증선위가 예정에 없던 임시회의를 소집한 것은 두 가지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사태가 시장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해 빠르게 결론을 짓기 위한 ‘속공 전략’이라는 해석과 확실한 증거 규명을 위해 시간을 더 투자하는 ‘지공 전략’이라는 해석이 공존한다.
현재 상황에서 정례회의 일정만 놓고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제재 수위는 빨라야 오는 7월 4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역대 최대 규모 회계 부정 사건이었던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이 세 번의 증선위 심의를 거친 뒤 제재 수위가 결정된 사례를 감안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공언대로 5월 내에 감리위 심의를 마쳤고 되도록 조속한 시점에 결론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임시회의를 여는 것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를 조기에 마무리하겠다는 당국의 의중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그러나 ‘속도전’ 해석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추측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금융당국 최고 수장인 최종구 금융위원장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한 바 있고 사안의 중대성이 워낙 크기에 조기 결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다수의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감리위 심의 과정에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들의 소명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했던 만큼 임시회의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이번 임시회의는 별도의 회의로 볼 것이 아니라 지난 7일 열린 회의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증선위가 몇 차례 회의를 열었느냐보다 어떤 이야기를 깊이 있게 토론했느냐가 해당 사안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준이 되는 만큼 임시회의에서 쟁점 사안에 대한 진술의 내용과 타당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회계법인을 부르지 않고 금감원만 따로 불러서 임시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이냐는 지적이 있다.
대심제의 기반이 된 사법부의 민·형사 재판에서도 피고가 자의적으로 자리에 나오지 않는 궐석재판의 사례는 있지만 재판부가 피고를 배제한 채 원고 측인 검찰만 일방적으로 불러서 재판을 진행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더구나 진술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청취 없이 원고인 금감원만 따로 불러 진술하는 것은 금융당국이 금감원 측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기 위한 편파적 전략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측은 “원칙에 따라 금감원 측 의견을 듣고 그에 상응하는 논의를 하겠다는 것이지 한 쪽만의 의견을 더 듣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며 “오는 20일 대심제로 회의가 속개되는 만큼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듣겠다는 것이 당국 방침”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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