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지원과, 4급 이상 퇴직간부 재취업 프로그램 운영‘운영과장→부위원장→위원장’ 보고 라인 거쳐 최종 승인기업 인사담당들 사무실로 불러 재취업 알선 연례행사전직 위원장·부위원장 개입 의심···현대차 등 압수수색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지난달 20일 세종시의 공정위 운영지원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퇴직자 재취업이 운영지원과장, 사무처장, 부위원장, 위원장 순으로 보고를 거쳐 최종 승인됐다는 내용의 내부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공정위가 2010년께부터 4급 이상 퇴직 간부와 대기업을 연결해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무원이 퇴직 전 5년 이내에 맡았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에는 퇴직 후 3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인사업무를 맡는 운영지원과장이 정년을 앞둔 고위간부를 대상으로 공직자윤리법의 취업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기업업무에서 미리 제외해주고, 법 위반을 피할 수 있는 기업을 매칭해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를 윗선까지 보고해 최종 승인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특히 재취업 알선 과정에 전직 공정위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도 보고를 받거나 적극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마다 퇴직 시기가 되면 부위원장 등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연락하고, 기업 전무급 인사담당자가 공정위 사무실을 방문해 ‘재취업 연례회의’를 벌였다는 것이다.
즉 인사 업무를 맡는 공정위 운영지원과는 해마다 10명 안팎의 퇴직 예상자 경력을 따로 관리해주고, 법 위반 논란을 피할 수 있는 기업을 골라 짝지어줬다는 게 검찰이 주장하는 내용이다. 공정위가 진행한 이른바 ‘재취업 프로그램’의 혜택을 본 이들은 보통 정년을 2년 앞둔 이들로, 일부 재취업자는 특별한 업무도 없이 억대 연봉을 받다가 2년 정도 뒤에 ‘후배 퇴직자’에게 자리를 ‘대물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10년 이전부터 관행적으로 공정위 운영지원과가 공정위의 감독을 받는 주요 기업들에 채용을 사실상 강요해 퇴직자들을 현대·기아자동차 등 대기업 20여 곳에 재취업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근 공정위 운영지원과장을 포함해 전·현직 운영지원과장 3명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공정위 재취업에 관여한 기업 관계자들을 대부분 소환 조사했다. 이들은 검찰에서 “공정위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게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취업을 승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업 중에는 과거 공정거래 관련 조사 대상이 되거나, 조사가 예상되는 시기에 ‘선제적’으로 공정위에 재취업 자리를 제안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공정위가 민간기업에 퇴직자 재취업을 강요한 혐의에 대해 업무방해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이 현직에 있을 때 재취업을 대가로 특혜를 약속했다면 뇌물로 볼 수도 있다. 이런 관행은 공정거래위원장까지 보고됐기에 수사가 고위 인사들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다만 지난해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에는 이런 재취업 알선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초 김학현 전 부위원장이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된 후 공정위 내부에선 부정한 재취업 관행에 몸을 사리게 됐다고 본다.
아울러 검찰은 공정위 퇴직자들이 재취업 과정에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는 등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혐의를 조사 중이다. 대기업들이 위장계열사를 세운 뒤 주식 소유 현황 등을 공정위에 신고하지 않아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과 관련해 퇴직자들이 공정위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경우에 따라 뇌물 수사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대기업이 공정위에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퇴직자들을 채용했거나 퇴직자가 현직에 있을 때 이를 약속했다면 뇌물죄 성립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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