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감리위 논의 결과는 뒤집을 수 있다”2015년 前 자료 보완 요청에 혼란 커져상황 핑계 대며 교묘하게 사안 빠져나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합작사인 바이오젠과 체결한 약정사항을 제때 공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명백한 회계 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를 감안해 고의적 회계 부정을 저지른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회계 담당 임원 해임을 권고하고 2019년부터 3년간 감사인을 지정키로 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 법인과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다만 금융감독원 측과 의견 충돌을 빚었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자회사→관계사 변경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점을 감안해 이번 심의에서 판단을 유보했다. 이 문제는 금감원이 다시 감리를 단행해서 조치할 수 있도록 금감원에 공을 넘겼다.
이번 징계 결과를 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법적 대응까지 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지만 전반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악의 수는 면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증선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범 부위원장의 뜻대로 징계가 흘러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 12월 참여연대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금감원에 제기하면서부터다. 2017년 4월부터 특별감리가 시작됐고 1년이 지난 5월에 감리위원회를 시작으로 제재 심의에 돌입했다.
심의에 참여한 감리위원 8명 중 다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공시를 누락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하는 과정 등에서 고의적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고 판단하는 의견을 다수 내놨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시점부터 김용범 부위원장은 “모든 결정은 증선위가 하며 감리위 의견은 어디까지나 자문 수준에 불과하다”며 증선위의 결정을 믿어달라고 강조했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감리위가 어떻게 결정하던 간에 증선위 뜻대로 일처리가 가능하도록 틀을 짠 셈이다.
6월부터 진행된 증선위 심의 과정에서 증선위는 금감원이 제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감리 조치안이 미흡하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는 김용범 부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언론에 조치안 보완 요구를 언급하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은 2015년 이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과정도 봐야 한다며 금감원에 자료 보충을 지시했지만 금감원은 이에 불응했다. 결국 원안대로 심의한 현안 중 콜옵션 공시 누락만 중징계를 내렸고 고의 부정 논란이 여전한 관계사 변경 논란은 교묘하게 피해갔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김 부위원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봐주고자 2015년 이전의 회계 과정까지 보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2015년 이전 회계 처리에 잘못이 있다면 여기서 발생한 과오는 ‘고의’가 아닌 ‘실수’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의와 실수는 엄청난 차이를 일으킬 수 있다. 고의적 회계 부정일 경우 중징계를 내릴 수 있지만 실수로 판단된다면 징계의 수위가 확 낮아진다. 이 점을 김용범 부위원장이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증선위가 관계사 변경 과정의 회계 처리 문제를 금감원에 다시 떠넘긴 것 역시 김 부위원장이 사안을 피해가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금감원에 사상 초유의 재감리를 요청한 배경으로 원안에 맞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행정처분을 내릴 경우 절차적 결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처분을 하려면 그 대상이 되는 위법행위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특정돼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 행정처분을 내릴 경우 위법이 되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소송을 걸어 행정처분 결과가 뒤집힐 경우 금융당국 입장에서 손해를 본다는 것이 김 부위원장의 판단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제재 심의 과정을 보면 상당히 교묘한 꼼수를 통해 김 부위원장과 증선위가 이번 사안을 빠져나가려 했다는 느낌이 매우 강하다”며 “추후 재감리를 해봐야 되겠지만 이런 형태로 심의가 이뤄진다면 결국 김 부위원장이 마음대로 또 일처리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