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논란의 1차적 책임이 보험약관을 사전 심사한 금감원에 있다는 지적에는 인력과 역량에 한계가 있다며 보험사에 책임을 떠넘겼다.
윤 원장은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생명보험사들의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과소 지급 관련 대처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의 질의에 “16만명의 가입자가 상당히 유사한 사례이고 금액도 적지 않은 금액이어서 일괄 구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원장은 “1건에 대해서 모 생보사(삼성생명)에서 지급을 하는 것으로 분쟁조정 결과가 나와서 지급했다”며 “일괄 구제가 안 될 경우 일일이 소송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행정의 낭비도 굉장히 많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실효되는 상황도 있어서 일괄 구제로 가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 A씨에게 과소 지급한 연금을 지급토록 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의 결정에 따라 모든 가입자에게 미지급액을 일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2012년 9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에 가입한 A씨에게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 연금을 지급했으나, 상품의 약관에는 연금 지급 시 해당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없었다.
삼성생명은 올해 2월 분조위의 결정을 수용해 A씨에게 과소 지급한 연금과 이자를 전액 지급했으나, 동일한 유형의 다른 가입자에게 미지급액을 일괄 지급하기는 곤란하다며 버티고 있다.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과소 지급 사례는 약 5만5000건이며 미지급액은 약 43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다른 대형사를 포함한 전체 생보사의 즉시연금 미지급액은 최소 8000억원, 최대 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삼성생명은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즉시연금 미지급액 일괄 지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윤 원장은 이사회를 하루 앞둔 시점에 일괄 구제 방침을 재차 강조해 사실상 이사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삼성생명과 달리 약관에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 공제와 관련된 문구가 있지만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과소 지급한 연금을 지급하라는 분조위의 결정을 통보받은 한화생명은 이에 대한 의견서 제출 기한을 오는 8월 10일까지 한 차례 연장한 상태다.
한화생명이 판매한 즉시연금 상품의 연금 지급액 관련 항목에는 ‘만기보험금을 고려해 공시이율에 의해 계산한 이자 상당액에서 소정의 사업비를 차감해 지급한다’는 문구가 있다.
윤 원장은 금감원이 법적 근거도 없이 보험사에 일괄 구제를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소비자 보호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번 사태의 1차적 책임을 보험사에 돌렸다.
윤 원장은 지난 9일 ‘금융감독 혁신과제’를 발표하면서 “키코(KIKO) 등 과거 발생한 소비자 피해나 암보험, 즉시연금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민원·분쟁 현안의 경우 소비자의 입장에서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조정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일괄구제제도를 통해 소비자를 구제토록 하고, 분조위 결정 취지에 위배되는 부당한 보험금 미지급 사례에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일괄 구제하도록 지도하고 엄정 대응하겠고 밝혔는데 의무가 없는 일을 정부 당국이 생보사에게 하도록 요구하는 게 법적 근거가 있나”라며 직권남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금융산업은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규제가 존재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이 불안정해서 흔들리게 되면 경제나 사회적으로 파급효과 크고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촘촘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며 “즉시연금이나 암보험 이슈는 소비자 보호 문제가 있다. 소비자들이 금융사들과의 관계에서 비대칭 정보를 갖고 있고 힘도 약한 만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의원이 “금감원에서 사전 심사 과정에서 약관에 문제가 없다고 회신해 판매를 했는데 보험사가 100% 책임져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하자 “상품을 판 것은 보험사이고 저희는 감독당국”이라며 “금감원의 책임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1차적 책임은 보험사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금감원이 괜찮다고 해서 팔았는데 어떻게 1차적 책임이 있나”라고 재차 추궁하자 “현재 인력이나 능력으로는 수많은 약관을 일일이 심사해서 판정할 수 있는 역량은 없다”고 답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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