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 보스상륙작전-일진그룹③]‘맨주먹 신화’ 허진규 회장···온갖 편법에 도덕성 흠집

개인회사 활용해 증여세 회피 논란

유망 벤처기업 기술강탈 등 의혹에

손자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적발 및

원전담합에 페이퍼컴퍼니 설립까지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허진규 회장은 종업원 2명으로 사업을 시작해 재계 50위권의 중견그룹으로 성장시킨 ‘맨주먹 신화’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일진그룹은 오너가의 도덕성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오너 2세로의 승계 과정에서 개인회사를 활용해 증여세를 회피하고 중소기업의 기술을 강탈했다는 의혹과 함께 원전비리 관련 담합 과징금, 해외 페이퍼컴퍼니 설립, 손자 외국인 학교 부정입학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재계에 따르면 허 회장은 장남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에게 일진홀딩스를 중심으로 한 주력 계열사 승계를 마무리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분은 허 부회장이 아닌 허 부회장의 개인회사인 일진파트너스에 매각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이에 따라 허 부회장은 50%에 달하는 증여세를 피할 수 있었다.

허 회장은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사장의 사업 강화를 위해 희토류 관련 유망 벤처기업의 기술을 강탈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일진그룹과 합작회사를 설립했던 김유철 비즈맥 전 대표는 일진그룹으로부터 희토류 관련 기술을 빼앗겼다며 허 회장과 허 사장을 검찰에 고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의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일진그룹은 조사 결과를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일진그룹의 희토류 관련 사업은 허 사장이 이끄는 일진머티리얼즈가 담당하고 있다.

일진그룹의 모태이자 주력계열사인 일진전기는 지난 2013년 ‘원전비리’ 사태 당시 담합 혐의가 수면위로 드러나 공분을 샀다. 공정위는 일진전기를 비롯한 관련 업체들이 한국수력원자력이 발전한 원자력발전소용 케이블 구매 입찰에서 미리 담합해 낙찰자를 정하는 수법을 적발하고 적발돼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허 회장은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약 1300만달러(약 140억원)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가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허 회장의 페이퍼컴퍼니는 국세청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발견됐고 허 회장은 재판에 넘겨져 벌금 7억원을 선고받았다.

허 회장의 손자를 외국인학교에 부정입학시키려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허 사장 부부는 지난 2012년 서울 서초동에 있는 한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려했다. 하지만 외국인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요건에 해당하지 않자 중남미 국가의 국적을 취득한 것처럼 가짜서류를 만들어 제출한 것이다.

허 회장은 화려한 혼맥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허 회장의 처남은 대법관 출신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다. 사회에 모범을 보여야 할 지도층이지만 오히려 온갖 편법으로 구설에 오르기 일쑤인 것이다. 이 때문에 ‘맨주먹 신화’로 존경을 받아야 할 허 회장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