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계열사 모아 ‘대북사업 TF’ 꾸려북한 SOC 개발로 동북아 협력 확대 예상북-러 잇는 ‘나진-하산 프로젝트’ 재가동 관심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27일 취임식에서 대북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밝혔다. 현 정부 화두인 남북경협을 고려한 듯 이에 발맞추되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취임 이전부터 ‘대북사업’에 관심이 많다는 관측이 나왔다. 취임 100일인 오는 11월 개혁 추진 과제를 발표하겠다는 계획에 앞서 대북사업만큼은 일찌감치 구상을 내놓을 것이란 해석이 뒤따랐다.
최 회장은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포스코는 남북 경제협력에서 가장 실수요자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북한의 인프라 구축 사업이나 북한 제철소 리노베이션 등 철강업에 대한 투자도 포스코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실제로 취임 한 달이 넘은 시점에서 예상보다 빨리 뚜껑이 열렸다. ‘100일 구상’ 발표에 앞서 약 두 달 빨리 대북사업 계획이 발표됐다.
최 회장은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스틸코리아’ 행사에서 “그룹 각 계열사와 관계사가 모여 남북 경협 관련 TF(태스크포스)를 이미 구성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노후화한 사회기반시설(SOC) 개발이 본격화하면 철강 수요가 이어지고 이러한 남북경협이 동북아 협력으로 확대될 것이란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했다.
포스코의 ‘대북사업 TF’는 전무급 임원이 팀원을 맡고 포스코대우, 포스코건설, 포스코켐텍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계열사가 집중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활용해 철도와 도로 등 인프라 사업 검토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최 회장이 비교적 일찌감치 대북사업 구상을 드러낸 것은 정부 정책에 발맞추는 기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여러 대기업에서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카드로 꺼내 들면서 포스코 또한 관련 계획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심이 높아졌다. 이와 관련 포스코가 “지난해와 비슷한 1500명 규모 신입 채용 외에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설명해 다른 방식으로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대북사업 TF 카드를 뽑았다는 해석이다.
포스코의 대북사업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2007년 남·북·러 합작 사업으로 추진된 ‘나진-하산 프로젝트’ 재가동에도 관심이 쏠린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유연탄과 러시아산 광물을 하산(러시아)과 나진항(북한)을 연결한 54km 길이 철도로 운송한 뒤 배를 이용해 국내로 들여오는 방식이다.
포스코는 2014년 1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러시아산 유연탄을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로 들여왔다. 관련 업계는 당시 포스코가 이 운반 경로를 이용해 기존 블라디보스토크 항로를 이용할 때보다 시간과 유류비 등을 10~15%가량 줄인 것으로 추산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북한이 2016년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서 중단됐다. 현재는 정부가 해당 사업 재개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의 대북제재에도 포함되지 않아 정부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 풀 수 있는 사안으로 꼽힌다. 지난 7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방북 이후 “북한과 나진-하산 프로젝트 관련 논의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상선도 지난달 유창근 사장 지시로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고려한 ‘북방물류 TF’를 구성해 재가동 방안 모색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2008년 현대상선, 코레일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재계 관계자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당장의 경제성에 앞서 정부 정책과 북한이라는 상징성이 큰 사업”이라며 “정부와 현대상선 움직임을 볼 때 포스코도 어떤 식으로든 재참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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