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호·김형진 나란히 연임 실패‘남산 3억 수수 의혹’이 발목 잡아조직 안정 위해 과감한 교체 결심
신한금융그룹은 21일 연말 정기 경영진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포스트 조용병’ 후보군으로 꼽혔던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부사장과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이 후임으로 앉게 됐다.
당초 신한금융그룹은 2월 말께 주요 경영진에 대한 인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조직의 안정과 분위기 쇄신 등을 위해 당초보다 인사 시점을 앞당겨 올해 안에 CEO 교체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하게 됐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위성호 은행장의 연임 실패다. 지난 2017년 3월 조용병 회장과 같은 시점에 신한은행장으로 취임한 위 행장은 지난 2년간 무난히 은행을 이끌어 오면서 연임 가능성을 높여왔다.
신한은행은 리딩뱅크 탈환에 실패했지만 올 3분기까지 1조9165억원의 순이익을 낼 정도로 안정적인 영업력 평가를 받았다. 모바일 금융 측면에서도 슈퍼앱 ‘쏠’을 흥행시켰고 해외 사업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위 행장은 은행 내 조직에 대한 장악력도 뛰어났고 올해 서울시금고 신규 계약과 인천시금고 수성을 동시에 성공하는 등 기관 영업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김형진 사장도 취임 초기 ‘증권업 초보 CEO’라는 우려를 안고 시작했지만 안정적 실적을 내면서 업계 안팎에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그룹 내 이익 기여도에서 1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며 신한금융그룹의 새로운 효자로 발돋움하게끔 조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위 행장과 김 사장이 연임의 문턱에서 미끄러진 것은 결국 이들을 끊임없이 괴롭혀 왔던 ‘남산 3억원 수수 의혹’ 탓이었다.
지난 11월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신한사태’ 재판 과정에서 위증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권고했는데 수사선상에 언급된 인물 중에는 위 행장과 김 사장이 있었다.
신한금융 입장에서 볼 때 신한사태는 하루빨리 털어내고 싶은 상처의 역사다. 이 사건에 대한 리스크가 있는 인물을 경영진으로 계속 유지할 경우 조용병 회장의 향후 입지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무엇보다 내년 말부터는 차기 회장 연임 문제가 언급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연임 가능성이 있는 조 회장 입장에서 CEO 리스크 문제를 빨리 털어내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이 때문에 경영 측면에서 여러 호평을 받았던 이들이지만 그룹 전체의 안정을 도모하고 CEO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 조 회장이 두 CEO의 전격 교체를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성호 행장의 자리에 진옥동 부사장을 기용한 것은 신한금융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재일교포 주주들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한은행 창업 공신인 재일교포 주주들은 신한금융지주 전체 지분 중 17~20% 정도를 보유한 주요 주주 집단이다.
무엇보다 인사에 대해 꽤나 보수적인 기조를 나타내는 재일교포 주주들의 성향을 감안한다면 안정적 경영 실적을 냈던 위 행장을 내친 것에 대해 교포 주주들이 신한금융지주 경영진에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통’으로 알려진 진 행장 내정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진 내정자는 1986년 신한은행 입행 후 전체 근무기간 중 3분의 1이 되는 10여년간 일본에서 근무하면서 재일교포 주주들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재일교포 주주들이 회사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경영인으로 진 내정자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는 만큼 진 내정자를 앞세운다면 재일교포 주주들의 반발 심리를 진정시킴과 동시에 전체적인 조직의 안정화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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