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 심사평가단장, 본부장 승진 창립 43년 만에 첫 여성 임원 탄생1987년 입행 이후 주요 부서 거쳐 섬세한 일처리에 내부 신망 두터워
상대적으로 보수적 색채가 짙은 국책은행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놓치지 않는 여성이 있다. 수출입은행의 첫 여성 임원인 김경자 중소중견기업금융본부장 얘기다. 그는 30여년간 은행에 몸담으며 강단 있는 태도와 특유의 섬세함으로 능력을 인정받았고 그 결과 주요 인사 시즌마다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수은의 43년 역사상 임원까지 오른 여성 행원은 그가 유일하다.
10일 한국수출입은행은 김경자 심사평가단장을 중소중견기업금융본부장에 승진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는 상반기 정기 인사발령에 맞춰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업무를 총괄할 예정이다.
수출입은행은 공개모집과정을 통해 후보자를 모집하고 이들의 전문성과 윤리성, 리더십, 소통능력 등을 두루 검증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1963년생인 김경자 신임 본부장은 연세대에서 법학과를 졸업한 뒤 환경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인물이다. 글로벌협력부장부터 미래산업금융부장, 심사평가단장 등을 차례로 역임해 은행 내부에서는 중소기업금융과 해외사업 부문 전문가로 꼽힌다.
업계 전반에서는 예상치 못한 수출입은행의 이번 인사에 주목하고 있다. 보수적인 조직문화로 인해 과거부터 은행권에선 여성이 주요 보직에서 배제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개선되는 추세라고는 하나 4대 시중은행의 여성 임원이 10명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여전히 보이지 않는 장벽은 남아있다.
그러나 김경자 신임 본부장을 잘 아는 수출입은행 내부에서는 그리 놀라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입행 이후 그가 약 30년간 걸어온 여정을 돌아봤을 때 당연한 결과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김경자 본부장은 1987년 수출입은행과 연을 맺었다. 입행 당시 8년 만의 유일한 대졸 출신 여성 행원이었다는 그는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에도 자리를 지켜왔다. 지금은 은행 내 대졸 출신 여성 중 ‘최고참’으로 통한다.
입행 이후 김 본부장은 ‘법규실’에서 시작해 ‘경영지원실’과 ‘프로젝트금융부’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치며 역량을 쌓았다.
그러던 김 본부장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시기는 2006년이다.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투자사업금융 2팀장’에 발탁되면서다. 투자사업금융2팀은 해외에 진출하려는 선박·유통·식품업체 등에 투자자금을 융자하던 부서인데 수출입은행에서 사상 처음으로 여성 팀장(3급)이 배출된 것은 은행권 전반에 큰 화제였다.
‘깜짝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2011년엔 국제협력실장에 임명되며 여성 행원으로서는 처음으로 부서장을 맡았다. 40대 초반의 우수한 직원을 중용한다는 인사 기조와 맞물려 그가 발탁된 것이다.
아울러 김 본부장은 지난해 ‘심사평가단장’으로 이동하며 다시 한 번 세간의 이목을 끌어모았다. 수천억원의 자금을 다루는 여신 업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은 관리가 까다로워 그간엔 남성이 맡는 직책으로 인식돼온 바 있어서다.
수은 내부와 업계에서는 김 본부장이 임원으로 승진한 데는 업무에 임하는 적극적인 태도 역시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 그는 강단 있으면서도 섬세한 성격으로 유명하며 업무에 있어서도 신중함을 잃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덧붙여 조직 문화를 바꾸려는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의 노력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은 행장은 취임 이후 여성을 중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으며 그 일환으로 지난해 인사에서도 여신제도팀장, 정보시스템부장, 인프라금융팀장 등에 여성 인력을 배치했다. 향후에도 수은은 능력을 두루 갖춘 인재를 차별 없이 발탁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부에서도 여성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김경자 본부장의 승진이 여성 행원의 사기를 높이고 동기를 부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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