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산은, 지분스왑 방식의 조건부 MOU 체결산은 “삼성重에도 인수 참여 제안”현대重-대우조선 노사 갈등 격화 조짐
산업은행은 지난 31일 현대중공업과 조건부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도 다른 잠재 매수자인 삼성중공업 측에도 조만간 접촉해 인수 의향을 타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이 만일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 인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대우조선 인수에 나선 현대중공업그룹은 산은이 보유 중인 대우조선 지분의 투자를 유치해 중간지주사인 조선통합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에 합의하고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산은 제안을 포기하면 3월8일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 인수 방식을 놓고 현대중공업을 상장사인 조선합작법인(중간지주)과 비상장 신설법인인 현대중공업(사업)으로 물적 분할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현대중공업지주 아래 조선합작법인과 현대중공업, 삼호중공업, 미포조선 등 4개사를 두기로 했다.
협상은 현대중공업의 지주사 신주와 산은의 대우조선 지분 스왑 방식으로 이뤄진다. 산은은 지주사에 대우조선 보유 지분 55.7%를 현물 출자하고 대신 신주를 받아 2대주주가 된다. 산은이 가진 대우조선 지분가치는 2조1000억원 수준이다.
조선합작법인과 대우조선은 양사의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각각 1조2500억원,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조선합작법인에 대해 현대중공업지주가 4000억원을 증자하며 8500억원은 주주배정 방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을 조달키로 했다. 여기에 대금을 얹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조선합작법인은 대우조선에 대해 1조5000억원의 증자를 하게 된다. 대우조선은 증자 대금으로 차입금 상환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이 먼저 산은과 조건부 협상을 맺었지만 삼성중공업의 ‘스토킹호스’ 방식의 인수 참여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스토킹호스는 회생기업이 인수의향자와 공개입찰을 전제로 조건부 인수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이같은 결정에는 산은의 매각차익 확보 의지가 적극 반영됐다는 평가다.
현재까진 대우조선 인수를 공식화한 현대중공업이 가장 유력하다는 시각이다. 다만 산은은 삼성중공업에도 동일한 인수 제안을 하며 내달 28일까지 한 달의 검토기간을 주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의 딜 구조에 따라 인수 주체가 변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어제 인수 제안을 받은 것은 맞다”면서도 “이제 검토해야 하는 단계인데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삼성그룹의 대우조선 인수 가능성을 대체로 낮게 보고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인수 구조 구성과 협상안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며 “사실상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딜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삼성그룹은 정보기술(IT) 비즈니스 집중을 위해 소재·산업재 관련 기업을 2014년부터 순차적으로 매각 중”이라면서 “산은 입장에서 대등한 빅2보다는 빅1 체제에서의 지분가치 상승 효과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 작업을 마치고 국내 조선산업이 1강1중 체제로 전환되면 시너지 효과, 생산성 증가, 과도한 출혈 경쟁 방지 등이 중장기적으로 실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 강도가 완화됨에 따라 선가상승 환경 조성에 유리해졌다는 평가다. 새 주인이 필요한 대우조선 입장에서도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되는 것이 정상화 도약이 수월해질 수 있다.
다만 양사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3월 본계약 체결 이전까지 노사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전날 대우조선 노조는 입장문을 내고 “산업은행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매각 절차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며 “매각 문제를 원전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인수 과정과 절차, 매각 결과가 조합원에게 미치는 영향을 따지고 있다”며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연기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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