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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대형가맹점, 수수료 협상 2차전 돌입···‘파워 게임’ 격화

카드사-대형가맹점, 수수료 협상 2차전 돌입···‘파워 게임’ 격화

등록 2019.03.15 07:49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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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 현대차와 수수료 합의했지만 ‘울며 겨자먹기’ 평가통신·유통·항공 등 대형가맹점과의 협상 남아···험로 예고금융당국 개입 촉구 목소리 커져···“대행가맹점 책임 부담해야”

그래픽=강기영 기자그래픽=강기영 기자

카드사와 현대‧기아차 간 카드 수수료 갈등이 일단락 됐지만 통신·유통·항공 등 대형 가맹점과의 수수료 협상을 놓고 2차전이 치러질 전망이다.

14일 삼성카드와 롯데카드가 수수료 협상에 합의하면서 전업 카드사 8곳과 수수료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이 합의를 두고 카드업계가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라는 평가다. 때문에 앞으로 대형 가맹점과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형 가맹점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카드사가 중소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 감소를 대형 가맹점을 통해 보전하려는 의도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소비자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통신‧유통업계의 경우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카드사와의 협상이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에 ‘백기’든 카드업계, ‘울며 겨자먹기’=전날 신한카드가 현대‧기아차와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한지 하루만에 삼성카드와 롯데카드도 수수료 협상에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카드업계 1, 2위가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펼쳤지만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드업계는 당초 카드 수수료 인상 수준을 1.9% 이상으로 제안했지만 현대차그룹은 1.89%로 올리는 조정안을 각 카드사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KB국민카드·현대카드·하나카드·NH농협카드·씨티카드가 현대차의 조정안을 받아들였다. 이어 BC카드도 조정안에 합의하면서 신한‧삼성‧롯데카드의 선택지는 제한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10일 협상 타결 이후 현대차가 신한카드에 당초 제시한 1,89%보다 0.02%포인트 낮은 1.87%로 수수료율을 조정할 것을 재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카드사들의 협상력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와 중소가맹점의 관계에서 카드사가 ‘갑’이라면 대형가맹점과의 관계에서는 철저한 ‘을’”이라면서 “독과점 체제를 가지고 있는 대형 가맹점이 협상력에서 우위를 지니고 있어 계약 해지를 볼모로 협상을 진행한다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 가맹점 사이에서도 ‘온도차’=이번 수수료 합의가 다른 대형가맹점 수수료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형 가맹점이 협상력 우위에 있다는 것이 증명된 만큼 앞으로 협상에서 카드사들이 당초 원했던 수준으로 이끌어가기 힘들 것이란 분석에서다.

통신‧유통‧항공 등 수수료 인상을 통보 받은 대형가맹점의 입장은 현대차와 다르지 않다. 카드사들의 인상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수수료율 산정 기준인 적격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조달 금리가 하락했음에도 오히려 카드사들이 인상을 요구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대차와 같은 협상력 발휘를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통신과 유통점의 경우 실생활과 관련된 서비스인만큼 이용 소비자가 많아 가맹계약 해지를 할 경우 소비자들의 불편이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연체 리스크가 낮다는 점도 강조한다.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대부분 2년 약정할인을 선택하고 카드로 자동 결제하는 방식을 택하기 때문에 연체 위험이 낮다는 설명이다.

또 단통법 시행 이후 소비자 유인책으로 통신사 카드를 통해 할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어 가맹 해지 카드를 쉽게 쓸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5G 등 새로운 사업에 대한 투자와 한계점에 다다른 시장 상황 등으로 통신업계의 전망도 좋은 상황이 아니다”라며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상에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와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13일 오후 2시 금융위원회 정문 앞에서 현대기아차의 카드수수료 갑질을 규탄하고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한재희 기자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와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13일 오후 2시 금융위원회 정문 앞에서 현대기아차의 카드수수료 갑질을 규탄하고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한재희 기자

◇역진성 해소는 어떻게···금융당국 책임론=카드사와 대형 가맹점 간 갈등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카드 수수료 개선안에서 비롯됐다. 중소가맹점 카드 수수료가 인하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 조정에 들어갔다.

이는 카드 수수료 개편에 따라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서다. 금융당국은 마케팅 비용 부담 원칙을 재편하면서 매출액이 적은 곳은 수수료를 인하하고 매출액이 500억원 이상인 곳은 수수료가 인상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이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간 갈등을 두고 관망하고 있다면서 금융위원회를 규탄하고 나섰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협상력에서 우위인 대형 가맹점에 적정한 인상률을 제시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금융당국에 수차례 전달했다”면서 “이러한 상황이 예고됐지만 금융당국은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대차와의 협상 과정에서 이전까지 대형가맹점의 우월적 지위 남용에 대해 현행법상 처벌 가능성을 경고했던 금융당국이 계약해지 갈등이 지속되자 신한‧삼성‧롯데카드사에 국민 불편을 키우지 않는 방향으로 협의하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만이 극에 달한 모습이다.

전날 카드사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위는 여신전문금융법에서 규정하는 데로 대형 가맹점을 규제하고 카드사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카드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총파업을 비롯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노조 관계자는 “앞으로 남아있는 통신과 항공, 호텔 등과의 협상 과정에서 우월적 권한을 이용한 행태가 반복될 것이 우려된다”면서 “현대기아차와의 협상 과정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금융당국의 책임있는 규제와 실효성 있는 제도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카드사 노조는 ▲금융위원회의 재발방지 대책 마련 ▲재벌 대기업의 사회적 채임 수행 ▲카드수수료 하한선(최저가이드라인) 제도 도입 등을 요구했다.

여신전문업법 18조 3항에는 대형가맹점이 신용카드업자에게 부당하게 낮은 가맹점수수료율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반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데 대형 가맹점을 제재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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