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1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평가와 판단이 공정위의 시장 획정 때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시장 획정이란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제한성을 심사하기 위해 시장의 범위를 결정하는 일을 말한다.
김 위원장은 “이제 막 신청이 들어와 자세히 보고받지는 않았고 심사보고서에 담길 실무진 판단이 우선이며 방통위와 공정위의 판단이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방통위가 전국적인 시장 상황을 강조한다면 기업결합 심사에서도 시장 획정을 할 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방통위는 최근 발표한 ‘2018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에서 처음으로 전국 기준 평가요소를 ‘권역’ 기준과 같은 비중으로 활용했다.
방통위 시장경쟁 상황평가에 전국 기준이 반영됐으며 이를 공정위가 시장 획정을 할 때 참고하겠다는 점은 2016년 SK텔레콤-CJ헬로비전 결합 심사의 결과가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공정위는 78개 방송 권역을 중심으로 시장을 획정해 기업결합 심사를 했다. 공정위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합치면 CJ가 사업권을 보유한 23개 권역 중 21개에서 요금 인상 등 독·과점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해 불허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방통위의 의견을 존중해 시장 획정을 권역 단위가 아닌 전국 단위로 한다면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 이러한 공정위의 변화는 최근 추진 중인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의 결합에도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유료방송) 주무 부처인 방통위가 관점이 변화했다면 공정위도 존중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3년 전과는 분명히 같은 상황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방통위는 방송의 공공성이 정책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며 “SK텔레콤 사례와 LG유플러스 사례가 얼마나 다르냐고 묻는다면 공공성 측면에서는 시장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경쟁당국이 평가하는 공정성 개념이 공공성과 무관하지는 않겠지만, 공정위는 좀 더 경제적인 요소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경제적 측면으로 본다면 시장에 변화가 없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과 이 사안에 대해 여러 차례 의견을 나누는 등 두 기관 사이 직·간접 소통이 있다”며 “그러나 판단은 각 기관이 법에서 정한 기준으로 자율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신 시장이 인수·합병 끝에 3사 체제를 구축하면서 경쟁이 줄어 통신요금이 올라가는 등 소비자 효용이 떨어졌으며, 이번 합병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 “당연히 경쟁제한 효과와 후생, 효율성 증가효과를 볼 것”이라며 “세밀하게 말할 상황은 아니다”고 답했다.
또한 3년 전 결합 심사가 오랜 시간이 걸려 기업 리스크가 커졌다는 지적에 “가능한 빨리 판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은 원칙적으로 경쟁당국이 피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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