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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박삼구 자구안’ 반려···사실상 ‘아시아나항공’ 포기 요구

채권단, ‘박삼구 자구안’ 반려···사실상 ‘아시아나항공’ 포기 요구

등록 2019.04.11 19:48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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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금호아시아나 자구계획 미흡”“실질적 자금조달 방안 보이지 않아”“5000억 지원 시 채권단 부담 가중”대안없는 금호···카드는 ‘아시아나’뿐박삼구 前회장의 최종 결정에 촉각

그래픽=강기영 기자그래픽=강기영 기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구안을 돌려보낸 것은 실질적인 자금조달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마땅한 대안이 없는 금호 측 사정을 채권단도 잘 알고 있는 만큼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의 포기를 요구한 것으로 읽힌다.

11일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회의를 열고 ‘금호아시아나 자구안’을 검토했으나 끝내 수용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박삼구 전 회장 등 오너일가의 사재출연이나 유상증자와 같은 구체적인 자금조달 방안이 없어 실효성에 의구심이 든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금호아시아나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제출한 자구계획은 경영개선 약정(MOU)을 3년 연장하고 ‘5000억원’도 지원해달라는 내용이 골자다. 대신 금호아시아나는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담보로 제공하고 3년간 산업은행에 경영정상화 이행 여부를 평가받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기준 미달 시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의 M&A를 진행할 수 있다는 단서도 달았다.

세부적으로 금호아시아나 측이 제공하겠다는 담보는 박삼구 전 회장 부인과 딸의 금호고속 지분 전량(13만3900주, 지분율 4.8%)이다. 금호타이어 담보가 해지되면 박 전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의 지분 42.7%도 추가로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채권단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박삼구 전 회장 측이 제시한 담보가 터무니없이 적고 경영정상화 기간을 ‘3년’으로 하자는 것도 무리한 요구로 여겨져서다.

특히 박 전 회장 부자의 지분은 이미 금호타이어 담보지분으로 잡혀 있어 이번에 추가로 제공하는 것은 부인과 딸의 지분에 불과한 실정이다. 단, 해당 지분의 담보 가치는 2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해 결국 200억원을 더 맡기면서 5000억원을 빌려달라고 요청한 셈이 됐다. 게다가 담보 해제도 금호아시아나가 금호타이어를 운영할 때 받았던 대출금 2500억원을 상환해야 가능하다는 게 산은의 견해라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다. 즉, ‘담보 돌려막기’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경영정상화 기간을 3년으로 명시한 것도 마찬가지다. 국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금호 측이 지나치게 안이한 모습을 보인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채권단 내부에선 정상화에 실패하면 매각하겠다는 의미냐는 얘기까지 흘러나올 정도다.

이 가운데 자구계획을 수용해 5000억원을 지원한다 해도 별다른 효과를 보진 못할 것으로 채권단 측은 판단하고 있다. 시장 조달의 불확실성으로 향후 채권단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었다.

이에 채권단은 회의 결과를 금호 측에 전달한 뒤 채권단과 협의해 앞으로의 절차를 진행키로 했다. 박 전 회장 일가가 사재를 출연하든 우량자산을 매각하든 ‘현금’을 마련해 회사에 투입하지 않으면 채권단 역시 지원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제는 금호아시아나에 과연 그만한 자금을 마련할 여력이 있느냐다. 재계 안팎에선 대부분의 지분이 담보로 잡혔고 우량자산 매각도 불투명해 박 전 회장이 꺼내들 만한 카드가 많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최후의 수단인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아니라면 채권단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매각 가능한 자산은 금호리조트와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IDT 등의 지분과 부동산 정도인데 단기간 내 매각이 어려울 뿐더러 금액도 크지 않은 실정이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라면 바로 팔릴 수도 있겠으나 여기서 얻는 자금은 3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 차입금도 갚지 못하는 규모다.

그래도 아시아나항공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일단 국내 2위의 항공사라 잠재적인 매수 후보자가 많다는 게 첫 번째다. 일각에서는 SK그룹과 제주하공을 운영하는 애경그룹 등을 벌써부터 주목한다.

또 신주를 발행해 경영권을 넘기는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하면 금호아시아나로서는 올해 갚아야할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일부를 금호산업 운영에 활용한다면 박 전 회장으로서는 모든 회사를 살리는 결과를 맞을 수 있다. 채권이 회수되니 채권단도 한층 부담을 덜어내는 것은 물론이다.

이에 외부에서는 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에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것으로 보고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그룹 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입지가 크게 좁아지는 것은 분명한 만큼 박삼구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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