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담합 혐의’ KT 검찰 고발에 ‘적격성 심사’도 스톱···무산 가능성도전환주로 수혈하지만 400억원대 불과신규 투자자 영입은 장기화할 공산 커“KT 중심 사업구조 개선해야” 지적도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KT와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 주요 주주를 중심으로 유상증자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새롭게 참여할 투자자를 물색하는 중이다.
앞서 케이뱅크 측은 당초 5900억원 규모로 실시하려던 유상증자 계획을 틀어 전환 신주 발행으로 일부만 수혈하고 다른 기업이 주요 주주사로 참여하도록 협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금융당국이 케이뱅크에 대한 KT의 ‘한도초과보유 승인 심사’를 중단한 데 따른 조치다. 지난 17일 금융위원회는 KT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는다는 사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어 전날엔 공정위가 KT의 담합 혐의와 관련해 행정제재인 과징금(57억4300만원)과 함께 검찰 고발 조치를 취하자 사법처리 수위 결정 시점까지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업계 전반에서는 이미 KT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넘지 못할 것이란 인식이 짙다. 은행법 시행령에서 의결권 있는 주식의 10%를 초과 보유할 때 금융위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는데 최근 5년간 금융·조세 등 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일이 없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즉, KT가 이번 담합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는다면 앞으로 5년간 한도초과보유주주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물론 검찰이 기소하지 않거나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해갈 수 있겠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여겨진다. 공정거래 당국이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에 대해 벌금형 이하의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다.
따라서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 케이뱅크 측도 서둘러 ‘플랜B’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대응이 ‘급한 불’을 끄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점이다. 전환주 발행으로 확보 가능한 자금에 한계가 있어서다. 케이뱅크 정관상 우선주 발행한도는 총 발행주식 수의 25%이며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당장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약 40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권고치(13%) 정도로만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적은 금액인 만큼 증자 효과도 크지 않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추가 투자자가 등장하면 여건이 개선되겠으나 그마저도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선이다. 지난해에도 케이뱅크는 IMM PE를 주요 주주로 영입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들였다. 확실한 조력자를 찾느라 검토할 부분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기존 주주의 의견을 모으는 데 어려움이 컸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케이뱅크가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한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긴 어려울 것이란 진단을 내놓고 있다. KT가 주주간 계약서를 수정해 케이뱅크에 대한 권한을 어느 정도 내려놔야 한다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이와 관련 케이뱅크 관계자는 “주요 주주가 설립 단계부터 KT를 중심으로 사업을 꾸리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온 만큼 지금 구조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에 따른 어려움은 있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영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현재 몇몇 기업이 참여의사를 밝혀와 협상을 진행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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