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특약을 활용해 보험료를 아끼려던 소비자들은 결국 세 번째 보험료 인상분만큼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는 올해 하반기 자동차보험 할인특약의 할인율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 1위사 삼성화재는 이미 할인율 축소를 예고한 상태다. 올 들어 두 번이나 보험료를 올린 상황에서 추가 인상에 대한 반발을 의식한 결정이다.
대표적인 할인특약으로는 차량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마일리지특약, 블랙박스 장착 차량의 보험료를 깎아주는 블랙박스특약이 있다. 어린 자녀를 둔 고객의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자녀할인특약, 네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운전습관 연계보험(UBI)특약도 있다.
삼성화재 자보전략팀장인 김일평 상무는 지난달 14일 ‘2019년 1분기 경영실적 발표회’에서 “추가 인상 요인이 남아 있어 어느 정도 반영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한 해에 보험료를 세 번 올리는 것에 대한 반발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생각”이라며 “당장 잇따라 보험료를 인상하기 보다는 현재 적용하고 있는 할인특약의 할인율을 낮추는 방법으로 일정 부분을 감당하고 원가혁신 프로젝트를 통한 사업비 절감 등 자구노력을 통해 일정 부분을 흡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태풍이 지나가는 8월이 중요한 시기인데 이 시기가 지나봐야 보험료 추가 인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상위 6개 손보사는 이달 6~15일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1~1.6% 인상한다.
6일 KB손보(1.6%)를 시작으로 7일 삼성화재(1.5%), 8일 한화손보(1.5%), 10일 현대해상(1.5%)·DB손보(1%), 15일 메리츠화재(1.2%)가 보험료를 올린다.
이번 보험료 인상은 지난달부터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지급 보험금이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표준약관 개정에 따라 자동차사고 피해자의 취업가능연한은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됐고 사고 차량의 중고차 시세 하락 보상 기간은 출고 후 2년에서 5년으로 확대됐다.
이는 지난 1월 평균 3%가량을 인상한데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자동차보험료 인상이다.
1월 보험료 인상률은 DB손보(3.5%), 현대해상·KB손보(3.4%), 메리츠화재(3.3%), 한화손보(3.2%), 삼성화재(2.7%) 순으로 높았다.
당시 손보사들은 차량 정비요금 인상분과 지난해 손해율 상승분을 반영해 보험료를 올렸다.
손보사들은 당초 차량 정비요금 인상분을 추가로 반영해 올해 하반기 한 차례 더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할 계획이었다.
손보사들의 1월 보험료 인상분에는 차량 정비요금 인상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이후 개별 정비업체들과 정비요금 재계약이 추가로 체결돼 보험료 인상분이 남아 있다.
한화손보를 제외한 상위 5개 손보사의 올해 1분기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4.3%로 전년 동기 82.8%에 비해 1.5%포인트 상승했다. 손해율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7~78% 수준이다.
그러나 보험료를 추가로 인상할 경우, 즉 한 해에 세 차례나 인상할 경우 금융당국과 소비자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금융당국은 보험료 인상 요인을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인상폭을 최소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는 원칙적으로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할 사항이지만 인상 요인을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므로 사업비 절감 등 자구 노력을 선행해 인상폭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손보사들은 보험료를 인상하는 대신 할인특약 할인율 축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할인특약은 일정 요건을 충족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보험료 인상에 비해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두 차례 보험료 인상에 따른 부담을 특약 가입을 통해 줄이려던 소비자들의 계획에는 차질이 생겼다.
각종 특약 가입 대상자들은 할인율 축소로 보험료 인상분만큼의 부담을 떠안게 돼 사실상 올해 세 번째 보험료가 인상되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체 자동차보험료 조정폭을 관리하기 위해 할인특약 가입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할인율 축소가 빠르게 확산되거나 축소폭이 과도하게 클 경우 보험료 인상과 마찬가지로 금융당국이 제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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