殷 “규제 강화 두고 끝없이 숙고” 속내 토로殷-尹 독대 중 ‘규제 강화’ 쪽으로 의견 공감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규제론자’로 꼽히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고집이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소신을 접도록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14일 은성수 위원장이 직접 발표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통해 은행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금지하고 추후 금융상품으로 인한 손실이 또 다시 발생할 경우 CEO 등 고위 경영진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시사했다.
은 위원장은 이날 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은행에서 팔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나 개인투자자의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 상향 조정안에 대해서는 끝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규제 강화책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밝힌 셈이다.
은 위원장은 당초 ‘금융규제 혁파론’을 신봉했던 관료 중 한 명이었다. 본인 스스로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나 수출입은행장 시절 ‘사모펀드가 금융당국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한때 ‘규제 혁파론’을 굳게 믿었던 배경은 은 위원장이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기관투자자이자 시장 이해관계자인 금융기관 CEO였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시장 전체의 질서를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이 된 이후 생각이 달라졌다고 언급했다.
은 위원장의 생각이 달라진 것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윤석헌 금감원장의 역할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금융 시장 안정과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강한 제재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윤 원장의 회유가 먹혔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 9월 초 은 위원장이 취임한 후 은 위원장과 윤 원장은 대내외적 자리에서 꽤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제도 개선안 발표에 앞서 지난 6일에도 금융위 정례회의 이후 독대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DLF 사태와 관련해 사모펀드 규제 강화 여부 문제를 두고 심도 있는 논의를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윤 원장은 과거 학자 시절 합리적이고 유연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금감원장 취임 이후 감독당국의 기조가 ‘규제 강화’로 흘러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무엇보다 윤 원장은 평소 사모펀드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소비자들에게 손해가 갈 수 있는 금융상품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감독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윤 원장의 고집이었다.
특히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규제 완화는 금융 산업 발전의 필요조건이 될 수 없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인 ‘규제 강화론’의 증거다.
은행의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 금지와 개인투자자의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 상향 조정 외에도 금융상품 손실에 대한 CEO 징계 등 제도 개선안의 일부 항목을 보면 은 위원장이 평소 역설했던 기조와는 다소 달라진 부분이 등장한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 위원장이 제도 개선안의 전반적 수위를 윤 원장 의견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15일 김태영 은행연합회 회장 등 금융업권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규제 강화 문제를 언급하면서 진땀을 흘린 이유가 여기에 있는 셈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 소비자 보호라는 목적으로 규제가 강화된다면 금융 혁신이라는 당국 기조에 반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금융회사의 원활한 영업과 금융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목적을 동시에 수반할 수 있는 유연한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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