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그룹 이사회, 차기 경영진 인사 작업 돌입금융당국 ‘인사 불개입’ 피력···사외이사진에 공 넘겨이사회 “능력 중심” 강조···밀어주기 논란은 불안요소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은 지주회사 이사회 내에 마련된 경영진 인사 관련 소위원회 회의를 소집하거나 회의 날짜를 조율 중이다.
각 금융그룹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나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 등의 소위원회를 통해서 CEO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이들 소위원회는 사외이사들이 절대 다수로 구성돼 있다. 회장 본인의 거취를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면 회장 등 사내이사들이 참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종 결정은 사실상 사외이사들이 내리고 있다.
내년 3월 조용병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신한금융지주는 차기 회장 후보 선출을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가동을 개시했고 농협은행은 차기 은행장 선출을 논의할 임원후보추천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CEO 임기 만료 시점이 내년 1분기로 임박한 은행, 카드사, 증권사 등도 오는 12월 초순부터 순차적으로 후임 CEO 선임을 위한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매번 금융권에서 CEO 인사가 이뤄질 때마다 논란이 됐던 것은 금융당국의 직·간접적 개입 문제다. 특히 최근 일부 대형 금융그룹 회장 선임 과정을 두고 당국과 금융권 간의 신경전이 크게 벌어지면서 관치 금융 개입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신경전 끝에 금융권의 이른바 ‘CEO 셀프 추천·연임’ 문화는 사실상 사라지게 됐지만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전달하는 형태로 인사 개입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우려는 여전하다.
다만 이달 초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들에게 이사회 운영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북을 전달한 적은 있다. 그러나 이는 큰 논란이 될 만한 일이 아니다. 감독당국이 응당 해야 할 업무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각 그룹별로 인사를 앞둔 시점이 다가오고 있지만 올해는 이전보다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CEO 인사 개입 의지가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어디까지나 인사는 민간 기업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 당국의 확고한 입장이다.
금융회사들도 그동안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스스로 고쳐온 만큼 인사에 잡음이 없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물론 고민도 있다. 당국이 인사 과정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고히 한 만큼 이사회가 수행해야 할 책임이 더 막중해졌기 때문이다. 이사회 스스로 얼마나 투명하고 객관적인 기준과 과정을 바탕으로 경영진 인사를 단행하느냐가 고민거리다.
특히 현직 회장에 대한 일방적인 밀어주기 행태가 보여진다면 이것이 오히려 향후 당국의 개입 여지로 작용할 수 있기에 이 점을 가장 주의하고 있다.
우선은 CEO 후보군으로 오른 이들의 실적이나 업무 스타일, 장기 비전이나 업권 안팎의 평판 등을 인사의 판단 기준으로 두겠다는 것이 공통된 시각이다. 돌발 변수보다는 회사 전체를 안정적으로 이끄는 점을 주안점에 두겠다는 뜻으로 보여진다.
금융당국의 한 간부는 “1~2년 전 당국과 금융권이 벌인 갈등 이후 인사 문제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민감한 시점에서 금융회사의 인사를 언급하는 것은 ‘관치 금융’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 뻔하기에 당국 안에서도 업권 내 인사 문제는 사실상 금기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다양한 방면으로 인사 문제에 대해 내부 개선을 이룬 만큼 금융권 내부에서 좋은 결과를 낸다면 당국 입장에서도 굳이 입을 열 필요가 없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도 “당국은 경영진에 대한 제재만 할 수 있을 뿐 인사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사외이사들과 주주들이 쥐고 있다”면서 “당국에서도 사외이사들의 역량을 믿고 인사 결과를 조용히 지켜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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