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 자금지원 없어 투자비용 부담 상당반등 위해 보잉 737맥스 선제 도입, 역효과심각한 경영난···경쟁사 인수 제안 받아들여향후 통합 불가피···일각선 계약 불발 우려도
제주항공으로 인수되더라도 당분간 ‘이스타항공’의 이름을 유지하며 독립경영을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인수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머지 않은 시기에 합병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수 불발 가능성도 열어둬야 하는 만큼, 이스타항공의 앞날은 시계제로에 갇혔다.
◇출범부터 자금 지원 전무···경쟁사로 인수 수모=제주항공은 지난달 18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인수주식수는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000주이며, 지분 비율은 51.17%다.
이번 매각은 제주항공이 먼저 이스타항공에 제안했다. 양사간 결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시장 점유율 확대와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제주항공은 실사를 마치는 대로 이달 중 SPA를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와 양해각서 체결 직후 이행보증금 115억원을 지급했다. 이행보증금이란 기업 인수합병시 인수자와 매각자 또는 인수자와 매각주관사 사이에서 오가는 일종의 계약금이다. 통상 인수금액의 5%를 이행보증금으로 낸다. 이스타홀딩스는 이중 100억원을 이스타항공이 발행한 전환사채(CB) 매입에 투입하며 운영자금을 수혈했다.
이스타항공의 현금흐름이 여유치 않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하반기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며 무급휴직 등 비용절감에 돌입했다. 업황이 둔화되고 주 수익원이던 일본 노선 수요가 감소한 여파다.
이스타항공은 모기업의 탄탄한 지원을 받지 못한 탓에 출범 초기부터 상당한 투자비용을 떠안았다. 출범 후 6년간 적자를 기록했고, 2011년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소폭의 흑자를 냈지만, 결손금을 해소시키기는 역부족이었다.
관리당국인 국토교통부가 2017년 50% 이상 자본잠식이 2년 이상 지속될 경우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고, 3년 뒤 항공운송사업 면허까지 회수할 수 있다는 내용의 항공법을 새로 내놓자 자본잠식률을 낮추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2018년 말 기준 자본잠식률은 48%다.
이스타항공은 2018년 말 보잉사의 차세대 항공기인 737 맥스 2대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며 반등을 노렸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추락사고가 발생하며 기재 운영이 무기한 중단됐고, 이스타항공의 실적악화를 부추겼다. 737 맥스는 1년 넘게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보관 중이다.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보관료와 리스료 등 매달 7억~8억원의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
◇장기적으론 합병 불가피···실사 중 돌발변수 가능성=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가 계약 조건을 두고 아직 협상 중이지만, 당분간 독립경영체제를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타홀딩스 측은 양해각서 체결 이후 “양사는 공동경영체제로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것이다
제주항공은 주식매매거래가 완료되는대로 이스타항공 부채비율을 업계 평균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재무상황을 파악하고 국토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승인이 완료돼야 한다. 2018년 말 기준 이스타항공의 부채비율은 484.4%이고, 업계 평균은 200~300%선이다. 지난해 재무현황은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공동경영체제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선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또 LCC가 LCC를 지배하는 구조는 효율성이 떨어지고, 추가 자금 지원에 대한 제주항공의 부담이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양 사가 합병된다면 이스타항공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인수 과정 중 변수가 생길 가능성을 제기한다. 제주항공은 당초 지난달 31일 SPA를 체결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실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계약서 서명일도 연기됐다.
제주항공은 부채 등 재무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 인수금액을 더 깎을 수 있다. 당초 인수대금은 약 695억원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이스타홀딩스 측이 거절하면 인수는 불발된다.
제주항공이 인수전에서 발을 빼는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매각절차가 무효화되면 이행보증금 반환 여부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반드시 반환해야 한다는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귀책사유가 어느 편에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바뀔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자생력을 잃은 이스타항공이 운영자금을 수혈받지 못하면 파산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항공사를 포함한 국내 모든 항공사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정도로 업황이 좋지 않다”며 “이스타항공 입장에서는 제주항공으로 무조건 인수되는 것이 생존법”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sj@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