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규모만 2조원대, “희대의 금융사기” 번지나‘늦장대응’ 비판에 금감원 “운용사와 투자자간 계약”불완전판매나 다른 의혹 제기, 추가검사 불가피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펀드 운용 실수를 넘어 ‘희대의 금융사기’로 확산되자, 금융 사고를 막고 관리해야 할 금융감독원의 안일한 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금감원은 라임의 펀드 부실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난해 7월부터 약 6개월이 지날 동안 시종일관 늦장대응으로 일관하며, 사태를 방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최근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특성상 당국이 개입할 여지가 적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운용사와 투자자 간 계약”이라며 “계약서에 명시된 ‘환매중단’을 당국이 지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전환사채(CB) 편법거래 등 사기혐의로 인한 형사소송과 계약 취소 소송도 결국 투자자와 운용사 간 문제기 때문에 당국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7월 라임운용의 수익률 조작 의혹이 불거지자 “필요하다면 검사에 나설 것”이라며 느긋한 태도를 취하다, 한 달 뒤인 8월부터 라임운용에 대한 검사에 나섰고 10월 초 검사를 끝냈다.
하지만 라임은 당국의 검사가 끝난 직후인 10월 9일 처음으로 6200억원 규모의 펀드 자금환매 중단을 발표했고, 이어 같은 달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436억원 규모의 무역금융펀드 환매도 추가로 중단하면서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라임이 발표한 총 환매 중단 금액은 1조3363억원, 며칠 뒤 금감원이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는 환매 중단 규모 추정치가 1조5587억원으로 더 커졌다.
이미 2달여간의 조사를 마친 상황에서 대규모 환매 중단이 발표되자, 당국의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따르는 것은 당연했다. 이에 윤석헌 금감원장은 10월말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라임운용이 유동성리스크 부분에서 뭔가 실수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서 손실 금액이 확정되는 부분을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코스닥 상장사 리드의 800억원대 횡령 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던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도주하고, 12월에는 라임운용이 투자한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이 폰지 사기에 연루돼 자산이 동결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특히 최근 라임이 발표한 추가 환매 중단이 예정된 ‘크레디트인슈어런스무역금융펀드’는 지난해 문제가 발생했던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1호)와 달리 정상적으로 운용된 상품이었지만, 손실을 막기 위해 정상 펀드 자금을 대거 빼내 ‘돌려막기’를 하는 과정에서 연쇄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4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해당 펀드는 지난해 10월 1차 펀드 환매중단 직전까지 부실 펀드를 막기 위한 ‘돌려막기’에 사용됐지만, 금감원은 작년 8월부터 10월까지 진행한 조사에서도 이를 막지 못했다.
결국, 금감원은 지난 15일 라임의 추가 환매 중단 발표가 나오자 뒤늦게 추가 검사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 검사에서 봤던 부분 외에 불완전판매나 다른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어 필요하다면 추가로 더 검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에는 이미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이 100여건 접수된 상태다. 상당수 투자자가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만큼 확인을 위해서라도 추가 검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삼일회계법인의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대한 실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검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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