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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 달라진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의지의 윤종규 vs 전략의 손태승

판도 달라진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의지의 윤종규 vs 전략의 손태승

등록 2020.03.11 17:48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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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IMM PE에 푸르덴셜 인수자금 조달‘KB금융 vs 우리금융·외부동맹’ 2파전 양상으로KB, 인수자금 폭등 변수···돌연 포기 가능성도우리, IMM-푸본 ‘과점주주 동맹’ 가동 시 유리

푸르덴셜생명 재무 현황. 그래픽=박혜수 기자푸르덴셜생명 재무 현황. 그래픽=박혜수 기자

매물로 등장한 중형 생명보험사 푸르덴셜생명의 본입찰이 오는 19일로 예정된 가운데 푸르덴셜생명의 새 주인을 두고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당초 유일한 유력 후보군으로 점쳐진 KB금융지주 외에 우리금융지주가 외부 자본과의 동맹을 통해 인수전에 뒤늦게 참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2파전 양상이 됐기 때문이다. 오랜 의지를 피력했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동맹 전략을 들고 나온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경쟁이 본격화된 셈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 KB금융, MBK파트너스, IMM 프라이빗에쿼티(PE), 한앤컴퍼니 등이 푸르덴셜생명 적격 인수 후보로 결정된 가운데 우리금융의 주력 자회사인 우리은행이 IMM PE 측에 인수금융을 주선하겠다고 나서면서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

우리은행은 IMM PE에 푸르덴셜생명 인수 관련 자금을 직접 대출해주거나 금융 주선에 나서기로 하고 구체적 계획을 IMM PE 측과 협의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IMM PE는 우리금융의 과점주주 중 하나로 6%의 지분을 쥐고 있다. 과점주주 중에서는 가장 지분이 많다.

우리금융은 당초 지난 1월 푸르덴셜생명 예비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실제 입찰에는 불참했다. 예비입찰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KB금융과 MBK파트너스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점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우리금융이 적격 인수 후보로 결정된 외부 자본과 손을 잡고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예비입찰 이후부터 서서히 나왔다.

특히 지난해 롯데카드 인수전 때도 예비입찰에 불참했던 우리은행이 MBK파트너스와 뒤늦게 손잡고 본입찰에 참전해 롯데카드를 인수한 전례가 있다. 이 때문에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도 비슷한 전략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는데 이 예측이 현실과 가까워졌다.

현재 매물로 풀린 지분은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이 보유한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이며 매각 가격은 최대 2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푸르덴셜생명은 수익성과 건전성이 모두 양호한 보험사로 업계에서는 최근 등장한 매물 중 ‘최고 알짜’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KB금융과 우리금융 모두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대한 의지와 명분은 뚜렷하다. 두 금융지주 모두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통해 비은행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고 그룹 전체 이익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있다.

KB금융은 금융지주 순이익 선두인 신한금융지주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그동안 취약사업으로 여겨진 생명보험 사업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생보사 인수에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다. 윤종규 회장이 직접 생보사 인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KB금융은 현재 KB생명을 생보 자회사로 두고 있으나 자산 규모가 10조원을 조금 넘는 소형 보험사다. 자산이 21조원에 육박하는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다면 30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업계 9위 수준의 중형 보험사를 품에 안게 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지주회사 재출범 이후 종합금융그룹 재건을 지상 과제로 삼아왔다. 그동안 부동산 신탁사나 자산운용 등의 일부 비은행 업종에서 M&A 성과를 올렸지만 상징성이나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을 감안한다면 보험사의 인수는 필수불가결한 일이었다.

우리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다면 2014년 우리아비바생명을 농협금융지주에 매각한 이후 6년여 만에 보험사를 다시 품게 되며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대폭 강화하는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순이익 순위 3위인 하나금융지주와의 격차도 줄일 수 있게 된다.

관건은 약 2조원에 이르는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이다. KB금융 측은 푸르덴셜생명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약 4000억원 규모의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KB금융 안팎에서 여러 시나리오가 점쳐지지만 영구채 발행이 가장 손쉽게 자금도 마련하고 이중레버리지도 낮출 수 있는 전략으로 꼽힌다. 이중레버리지는 모회사 자본이 투입된 투자회사의 가치 비중이 모회사 자기자본에서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KB금융이 자금 조달에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중레버리지 비율을 130%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만큼 KB금융이 자기자본 내에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배당수익 등을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동원할 수도 있겠지만 자칫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것이 자칫 건전성 문제에도 우려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에 대한 선택지가 KB금융보다 많기 때문에 다소 여유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은행이 IMM PE와 손잡은 상황에서 또 다른 우군이 등장하느냐가 최대의 관심사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의 또 다른 과점주주인 대만 푸본생명이 인수전에 동참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이 경우 우리금융-IMM-푸본생명 삼각 동맹이 형성된다. KB금융보다 자금력이 다소 달리는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동맹 가동 시 인수자금 부담이 덜해진다.

의외의 변수도 있다. KB금융이 인수자금 조달에 부담을 느낄 경우 푸르덴셜생명보다 덩치가 작은 매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현재 보험 M&A 시장에서는 KDB생명의 매각이 추진 중이며 ‘물밑의 대어’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패키지 매각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KB금융은 그동안 푸르덴셜생명 인수대금이 적정 수준에 책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인수가격이 폭등하면 시장 철수 가능성도 있다. 다만 푸르덴셜생명의 자산 규모나 수익성을 판단한다면 무리한 투자를 해도 장기적으로는 이득이 될 것이라고 여전히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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