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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교보 회장, 풋옵션 분쟁에 지배구조 고비···정공법 택했다

신창재 교보 회장, 풋옵션 분쟁에 지배구조 고비···정공법 택했다

등록 2020.03.31 17:18

수정 2020.03.31 17:30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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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딜로이트안진, 풋옵션 가격산정 기준 위반했다”美 회계감독위에 고발···‘지배구조 변동 가능성’도 첫 언급

교보생명 주주 현황. 그래픽=뉴스웨이 DB교보생명 주주 현황. 그래픽=뉴스웨이 DB

교보생명이 최대주주 신창재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FI)간 풋옵션 분쟁(FI)에 따른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국내 보험업계 유일의 오너 겸 최고경영자(CEO)로 올해로 22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신 회장 지배체제가 최대 고비를 맞았다. 교보생명은 이날 공시를 통해 신창재 회장과 FI간 갈등의 기폭제 역할을 한 딜로이트안진을 ‘풋옵션 가격산정 기분을 위반했다’며 미국 회계감독위원회에 고발하면서 본격적인 소송전에 돌입했다.

교보생명은 FI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신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 중재 신청과 관련 2019년 사업보고서에 최대주주의 변동을 초래할 수 있는 특정거래 내용을 공시하면서 “만일 ICC 중재판정부가 어피너티 컨소시엄 주장을 모두 수용해 신 회장에게 주당 40만9912원에 매수하라고 판정하고 최대주주가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지배구조의 변동 가능성이 있는 특정거래에 해당될 수 있다”고 공시 사유를 밝혔다.

이는 신 회장과 FI간 풋옵션 분쟁으로 교보생명의 지배구조가 변동될 가능성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8년 10월 FI 측이 풋옵션을 행사한 이후 신 회장 보유 지분 매각을 비롯한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을 전면 부인해왔다.

풋옵션 행사 가격을 산출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하 딜로이트 안진)을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고발하며 강력한 조치에 나선 것도 신 회장 중심의 지배체제 붕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교보생명은 공정시장가치(FMV) 산출 평가업무 기준 위반 혐의로 딜로이트 안진을 PCAOB에 고발했다.

이번 고발은 FI 측이 풋옵션을 행사한 이후 딜로이트 안진이 FMV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풋옵션 행사 시점이 아닌 이전의 피어그룹 주가를 사용해 주당 가격을 과대 산정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교보생명 측의 주장에 따르면 딜로이트 안진은 FMV를 산출하면서 2018년 6월 기준 직전 1년의 피어그룹 주가를 사용했다. 이 기간에는 삼성생명, 오렌지라이프 등 주요 피어그룹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2017년 말에서 2018년 초가 포함돼 있다.

딜로이트 안진이 이 같은 방식으로 산출한 교보생명 지분 가격은 주당 40만9912원이다. 신 회장 측이 주장한 매입 원가 24만5000원과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앞선 2012년 9월 어피너티 컨소시엄 등 FI 측과 풋옵션이 포함된 주주간 계약을 체결한 신 회장은 계약의 적법성, 유효성에 문제가 있다며 풋옵션 행사에 응하지 않았다.

FI 측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은 어피너티 컨소시엄 지분 24.01%와 스탠다드차타드(SC) PE 지분 5.33% 등 총 29.34%(약 600만주)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어피너티(9.05%), IMM PE(5.23%), 베어링 PE(5.23%), 싱가포르투자청(4.5%) 등 4개 투자자로 구성돼 있다.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 보유 지분을 1조2054억원에 매입하면서 2015년 말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 개인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받았다.

ICC가 실제로 FI 측의 손을 들어줄 경우 신 회장 보유 지분 매각 이외에는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 지분 33.78%를 보유 중이며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36.91%다.

신 회장 측은 중재 신청 전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FI 지분 제3자 매각 ▲기업공개(IPO) 후 차액 보전 등 세 가지 협상을 제시했으나 FI 측은 모두 거부했다.

앞서 신 회장 측은 FI 측 보유 지분, 신 회장과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 중 일부를 합쳐 ‘50%+알파(α)’를 매각하기 위해 투자자를 물색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경우 1958년 신 회장의 아버지인 고(故) 신용호 회장이 회사를 창립한 이후 60년 이상 이어져 온 지배체제가 최대 고비를 맞게 된다.

신 회장은 지난 1999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8연임에 성공해 올해로 22년째 회사를 직접 경영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이달 27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사내이사 겸 대표이사로 재선임됐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어피너티 측을 대변하는 이상훈 어피너티 한국지점 대표도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신 회장은 지난해 3월 각자대표이사로 선임된 윤열현 사장에게 일상적 회사 운영을 맡기고 FI 측과의 협상에 집중하고 있다.

신 회장은 FI 측을 달래기 위해 지난해 결산배당금을 사상 최대인 1540억원으로 책정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번 고발 조치와 향후 진행될 소송은 고객과 투자자, 임직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기업가치 안정성 제고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며 “회사의 손해를 최소하기 위한 여러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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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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