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재청구·기소·재판 등 끝나지 않아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계류···하반기 재개재계 “삼성의 경영공백 불확실성 지속 큰 문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법승계 의혹과 관련 구속영장 기각으로 일단 삼성은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경영 공백 사태는 피했다. 하지만 검찰의 영장 재청구 가능성은 남아 있고,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상황이나 기소 여부도 지켜봐야 하는 등 이 부회장과 삼성의 ‘사업 리스크’에 대비한 싸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삼성은 기소 타당성을 국민이 판단해 달라고 신청한 수사심의위 소집 결과에 희망을 걸고 있다. 기수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될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는 오는 11일 열리는 서울고검 검찰시민위원회 내 ‘부의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이미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함에 따라 수사심의위가 불기속 권고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수사심의위 결과에 따라 향후 검찰이 증거를 보충한 뒤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은 불구속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되는 이 부회장이 기소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재판 일정에 신중하다. 수사심의위에서 합병을 둘러싼 이 부회장 사안의 중대성이 크고 그 혐의가 어느정도 드러났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검찰은 이를 영장 재청구의 명분으로 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장 이 부회장이 현장 경영을 재개한다 해도 이어지는 수사나 재판의 진행 상황에 따라 언제든 경영 활동에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삼성 측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외신도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소식을 놓고 “구속은 면했지만 사법리스크 장기화는 큰 우려”라고 관심있게 조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지난 3년간 이 부회장의 법적 문제로 회사는 거의 마비 상태에 놓인 것이나 다름없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야 하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에게는 사법 리스크가 연장돼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내다봤다.
또 장세진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이번 사건처럼 검찰의 공세가 수년간 이어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앞서 유죄판결을 받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삼성 합병의혹 사법 문제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부회장 부재 시에는 인수합병(M&A) 또는 전략적 투자 등 중요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삼성에 큰 우려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2017년 국정농단 관련 뇌물 혐의 등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두 번째 영장심사에서 구속된 적 있다. 그로 인해 1년 가까이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항소심 판결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후 지난 4년간 재판에 연루돼 있다.
지난해 8월말 시작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은 지난 1월17일 4차 공판을 끝으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특검팀이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출범에 따른 편향적인 재판부를 바꿔 달라며 낸 기피신청은 현재 법원에서 재항고돼 심리 중이다. 늦어도 하반기 중엔 재판 일정이 다시 잡힐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파기환송심 재판이 장기화하거나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삼성의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수년간 재판을 받는 삼성 입장에선 경영 공백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파기환송심이 길어지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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