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 선행조건 미이행···계약파기 권한 취득최종 결정, 정부 중재 이후 결정···추가 지원 기대사회적 파장·정부 눈치 탓 발표 시점 연기 시각도이스타, 미지급금 해소 의무 아니라며 거래종결 주장
16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와 지난 3월 체결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할 권한이 생겼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스타홀딩스는 제주항공이 요구한 대로 M&A 데드라인인 지난 15일에 맞춰 미지급금 해소 등 선행조건 이행과 관련된 공문을 발송했다.
앞서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체불임금을 비롯해 미지급금 약 1700억원 가량을 전부 해결하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홀딩스는 전날 자정까지 계약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했다”며 “이에 따라 계약 해제 조건이 충족됐다”고 설명했다.
선행조건 이행을 요구한 이달 1일과 비교할 때, 사실상 진전된 사항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이스타항공은 그동안 3월 이후 발생한 800억∼1000억원의 미지급금 해소를 위해 리스사와 조업사, 정유사 등에 비용 탕감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이를 거절했고, 리스사 등과의 협상은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주항공은 “정부의 중재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 종합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이나 통보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며 M&A 협상 여지를 남겨뒀다. 당장 계약을 파기하는 절차는 밟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내부적으로 인수 포기를 기정사실화했지만, 정부가 어떤 추가 지원책을 내놓을지 들어나 보자는 꿍꿍이라고 해석한다.
특히 ‘정부 중재 노력’을 현재진행형으로 언급한 것은 전향적인 대책을 기대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제주항공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는 만큼, 정부가 기존에 약속한 1700억원 외에 추가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고용 유지에 안간힘을 쓰는 현 정권이 이스타항공 파산을 보고만 있진 않을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이번 M&A가 무산되면 1600여명의 이스타항공 근로자들은 실직자로 전락하게 된다.
하지만 정부가 제주항공을 설득시킬 만한 정책적 지원을 내놓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스타홀딩스의 지분 취득 과정에서 불거진 자금 출처 논란과 편법 증여 의혹 등 도덕성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고 정부 눈치를 살피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약 해제 발표 시점을 미룬 것이라고 추측한다.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과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불러 M&A 성사를 촉구했다. 고용노동부는 체불임금 해소에 대한 양측의 의견을 청취했고,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임금반납 의지를 전달했다.
정부가 이번 M&A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만큼, 곧바로 계약을 파기하는 데 압박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데드라인이 지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인수 포기를 발표하는 것은 비판여론을 키울 수 있다”며 “심각하게 고심하는 제스처를 취하기 위한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 측 M&A 파기 권한 확보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이스타항공과 이스타홀딩스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제주항공과 지난 3월 맺은 주식매매계약(SPA)상의 선행조건은 모두 완료했다”며 “속히 계약완료를 위한 대화를 제주항공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요구한 미지급금 해소는 3월 SPA상 의무가 아니다. 하지만 제주항공이 추가로 요청한 만큼, M&A 성사를 위해 성실히 노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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