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BU, ‘캐시카우’ 백화점 주도권 잡고 순혈주의온라인 발 맞추지 못하고 오프라인 영업구조 고집최근 외부서 주요 인사 영입하며 쇄신 작업 박차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최근 한국으로 돌아와 지난 19일부터 잠실 월드타워 집무실로 출근하며 본격적인 임원 인사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신 회장이 귀국하기 전 이미 내부 임원 평가는 마무리됐고 신 회장이 이를 최종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롯데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는 만큼 이번 인사에서 강도 높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요 보직에 ‘롯데맨’이 아닌 외부 인사를 대거 영입해 내부를 재정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롯데쇼핑에서는 순혈주의를 깨는 인사가 먼저 시작됐다.
롯데쇼핑은 최근 HQ(헤드쿼터) 기획전략본부장(상무)에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턴트 출신 정경운 전 동아ST 경영기획실장을 영입했다.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장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이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 마트, 슈퍼, 이커머스, 롭스 등 5개 사업부를 총괄하는 이 자리에 외부 인사가 기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이 인사가 그룹 인사의 방향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롯데쇼핑은 11번가 출신 김현진 플랫폼센터장(상무)과 임현동 상품부문장(상무급)도 영입했다. 오픈마켓 플랫폼 전문가를 외부에서 수혈해 롯데온(ON)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들의 영입을 위해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 대표가 상당히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그룹은 지난 1일 강 부회장 직속으로 발족한 데이터 거버넌스 TF에도 외부에서 영입한 데이터 전문가를 수장으로 앉혔다. 데이터 거버넌스 TF장 겸 CDO(Chief Data Officer·데이터 최고 책임자)에 선임된 윤영선 롯데정보통신 상무는 SK, KT 등을 거친 빅데이터 전문가다.
롯데그룹이 그룹 핵심 사업인 유통부문에서부터 외부 인사를 대거 기용하는 것은 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 유통BU는 전통적으로 백화점 출신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퇴임한 ‘그룹 2인자’ 황각규 부회장을 비롯해 그의 후임 롯데지주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동우 사장, 강희태 부회장, 조영제 대표, 황범석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 황영근 롯데하이마트 대표 등이 모두 롯데백화점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그러나 롯데 내부에서는 오프라인 백화점 중심의 사고를 가진 이들이 유통업의 변화와 쇄신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또 백화점, 마트, 슈퍼 등 여러 오프라인 사업들이 좀처럼 통합하지 못하는 것 역시 백화점 라인의 입김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쇼핑이 올해 1월 백화점, 마트, 슈퍼 등 사업부의 기획, 투자, 예산 등을 총괄하는 HQ 조직을 만들었다가 6월 이 조직을 다시 축소해 백화점의 독립성을 강화한 것이 단적인 예다.
각 유통사들의 통합을 내세워 지난 4월 야심차게 론칭한 이커머스 ‘롯데온’이 예상보다 부진한 것 역시 각 사업부의 통합이 미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 회장은 롯데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상당히 크게 실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쇼핑의 경쟁사인 신세계그룹이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이마트의 체질 개선에 일부 성공한 것 역시 롯데에 자극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지난해 10월 창립 이래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강희석 대표를 선임한 후 할인점 본연의 경쟁력 강화, 부실 전문점 사업 축소 등 강력한 체질개선을 추진해 올해 조금씩 그 효과를 보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에서 강 대표에게 쓱닷컴(SSG닷컴)까지 맡기며 강력한 쇄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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