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장기화···항공 계열사 경영난전방위적 비용절감···일반 직원 승진심사 건너뛰어퇴직임원 재합류 ‘핀셋인사’···동생 조현민 단독인사경영환경 불확실 속 선제대응 위한 조직 재정비 관측전략적인 보직 변경이나 임원수 대거 감축 등에 무게
한진그룹 내부에서도 ‘조원태 체제’ 강화 차원의 정기 임원인사 실시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조 회장은 작년 11월 말 세대교체를 위해 취임 7개월 만에 임원인사를 실시한 바 있다. 선친인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신임을 받아온 인물들은 퇴진한 반면,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대거 기용됐다.
그룹 측은 올해 인사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게 없다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경영위기에 봉착한 만큼, 임원인사 자체가 상당히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대규모 임원인사를 실시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는 이유는 코로나19에 따른 조직 안정화를 꼽는다. 전대미문의 전염병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확산했고, 각 국마다 봉쇄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늘길이 사실상 원천차단되면서 항공업이 중심인 한진그룹이 받은 타격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대한항공을 비롯해 진에어, 한국공항, 한진관광, 칼호텔네트워크, 토파스여행정보 등 계열사들은 줄적자에 빠졌다. 이 여파로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63% 위축됐고,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06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한진그룹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자금난에 대비하기 위해 전방위적 현금 확보에 나섰다. 항공 자회사와 관련 계열사는 비용절감을 위해 직원 휴업과 임원 급여 반납을 실시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진에어, 한진관광 등은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생존을 위한 자산 매각도 발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알짜인 기내식·기내면세점 사업부를 9906억원에 매각하기로 확정했고, 종로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를 소유한 왕산레저개발 처분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제주도 사택은 일찌감치 290억원에 팔았다. 이런 상황에서 임원인사를 실시하기엔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는 것.
대한항공이 올해 직원 승급 인사를 건너뛰기로 한 만큼, 내부 불만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 직원의 70%가 넘는 인원이 휴업에 돌입하면서 승진을 심사할 성과가 부족하고,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를 고려해 내린 판단이다.
조 회장이 최근 ‘핀셋 인사’를 실시한 점도 정기 인사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뒷받침한다.
조 회장은 지난 6월 신무철 전 통합커뮤니케이션실장이 한국배구연맹(KOVO) 사무총장으로 선임되면서 물러난 김윤휘 전 KOVO 사무총장을 전무로 승진시킨 뒤 다시 불러들였다. 현재 김 전무의 직책은 경영전략본부장이다.
김 전무는 2016년 1월 서울여객지점 부지점장 상무로 퇴임했다. 하지만 2017년 7월 KOVO 총재로 선출된 조 회장의 부름을 받았고, ‘조원태 총재 체제’ 1기 사무총장으로 선임된 뒤 2년간의 임기를 마쳤다.
조 회장은 지난 8월 안수범 상무를 한진칼 신사업개발 및 사회공헌(CSV) 팀장으로 재합류시켰다. 2018년 3월 퇴임한 전직 임원인 안 상무는 진에어 기타비상무이사와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IMC팀장, 여객사업본부 운송총괄 겸 여객서비스부 담당 임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미 회사를 떠났다 다시 복귀한 김 전무와 안 상무의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조 회장은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를 9월1일자로 ㈜한진 마케팅 총괄 임원과 토파스여행정보 부사장으로 선임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반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코로나19가 불러온 대내외 불확실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임원인사의 필요성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기존 임원들의 승진은 최소화하는 대신 조직 재정비를 위한 소폭의 승진과 보직 변경에 무게를 두거나, 임원수를 대폭 감축할 것이란 예상이다. 조 회장은 작년에도 임원수의 20%를 줄인 바 있다.
기내식기판사업본부 매각으로 소속이 전전되는 직원 중 유능한 인재를 그룹사로 이동시킬 가능성이 있다. 또 여객 중심에서 화물 중심으로 영업환경이 바뀌고 있는 만큼, 전략적 조직 재정비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호실적을 내는 ㈜한진의 경우 승진 임원이 나올 수 있지만, 그룹 전반에서 대대적인 승진은 불가능해 보인다”며 “경영위기 돌파를 위해 특정 부서의 권한을 강화하는 한편, 군살 제거를 위한 칼바람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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