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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정 한투연 대표 “일본식 공매도 반대...맞춤형 제도 개선 시급”

[인터뷰] 정의정 한투연 대표 “일본식 공매도 반대...맞춤형 제도 개선 시급”

등록 2020.12.03 08:13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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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 후 하락장 우려...개인투자자 참여 확대는 시기상조 순기능 상실...징벌적 손해배상 및 무차입 공매도 적발해야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투연 사무실에서 뉴스웨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투연 사무실에서 뉴스웨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13년째 박스권에 머물렀던 국내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동학개미운동과 한시적 공매도 금지가 역대급 상승장을 이끌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내년 3월 재개되는 공매도가 하락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과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국내 주식시장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자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당초 9월 15일까지 6개월만 금지하기로 했으나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를 감안해 6개월을 연장한 상태다.

그간 공매도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개인은 신용도가 낮아 공매 가능금액이 미미하다 보니 공매도 참여자의 99%는 외국인과 기관이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일원화된 대주 공급 주체를 통해 다양한 종목의 주식을 대여해주는 ‘일본식 공매도’를 대안으로 검토해왔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가 활성화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재개하면서 제도 보완없이 개인투자자의 참여 확대를 추진한다는 점이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우리 체질에 맞는 한국식 제도 도입 없이 공매도를 재개해서는 안된다”며 집단 투쟁에 시동을 걸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투연 사무실에서 뉴스웨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투연 사무실에서 뉴스웨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지난 1일 여의도에서 뉴스웨이와 만나 “개인 공매도 확대로 공매도 점유율만 바꾸는 일본식 공매도는 개인투자자의 피해만 더 키울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 대표는 선진국 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무차입 공매도 적발시스템 구축이 선행된 후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린 학생을 투기꾼이 판치는 도박장에 입장시키고 능력껏 돈을 가져가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게 정 대표의 생각이다.

정 대표는 일본을 따라할 것이 아니라 우리 주식시장에 맞는 공매도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일침했다. 한국식 공매도를 긴급 의제로 설정해 정책을 세우고, 국민의 동의를 얻고 난 뒤에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적발 시스템 도입이 시급한데, 금융위원회는 2년 반 만에 두 손을 들었다”며 “대국민 약속을 파기하고 사과도 없이 손을 놓은 것은 이해불가”라고 금융당국에 날을 세웠다.

이어 “기관과 외국인은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통해 너무나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며 “정보력이 막강한 그들은 회사의 사전 정보를 입수한 뒤 무차입 공매도를 실행해 돈 한 푼 없이 순식간에 떼돈을 벌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의 자본시장 시스템이 범죄 욕구를 막지 못해 사기꾼의 범죄의 온상이 됐다고 꼬집었다. 불법 무차입 공매도로 10억원을 벌어도 최대 1억원만 내면 된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투연 사무실에서 뉴스웨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투연 사무실에서 뉴스웨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그는 “우리나라에서 공매도는 필요악이 아니라 불필요악”이라며 “선진국에서 통용되는 순기능(효율성과 유동성 확대 등)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정 대표는 금융선진국들처럼 영업정지와 인가 취소, 범죄 수익의 10배 환수, 20년 이하의 징역형 등 강력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사후 적발에 의한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범죄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식 공매도가 아닌 ‘한국식 공매도’를 요구하는 한투연은 구체적인 정책 제언을 내놓았다. ▲T+1 거래일 결제로 변경 ▲공매도 의무 상환기간 30일 지정 ▲공매도 주체 실명 공개 ▲공매도 잔고 및 대차 잔고 전산화 ▲업틱률 제도 전면 개편 ▲공매도 수익 과세 ▲최근 5년간 무차입 공매도 발생 전수조사 ▲시장조성자 비리 특별검사 착수 ▲유동성 풍부한 종목은 시장조성자 배제 ▲공매도 계좌에 대한 승률 및 수익액 조사 ▲차명계좌 색출 등이다.

이와 관련해 한투연은 최근 한국거래소에 시장조성자 제도 전반에 대한 감리를 촉구하는 민원을 한국거래소에 제기했다. 허술한 감리로 시장조성자의 편법 운영이 계속된다면 동학개미가 살린 주식시장은 다시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끝으로 정 대표는 “국내 주식시장 거래량의 70% 내외는 개인 투자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자본시장의 1대주주라고 생각한다”며 “개인투자자가 세금도 가장 많이 내지만 서자 취급을 당하며 보호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정부가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쓴 예산은 ‘제로’다.

이어 “주식을 도박처럼 생각하는 관료가 많아 자본시장의 정상적인 육성과 발전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은 건전한 주식시장을 만들어 개인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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