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M 확대·사업부 통폐합·매각 다양한 시나리오 제기축소된 R&D인력 위주로 IoT·전장 관련 기술 이어갈 듯기술 특허 문제로 매각 쉽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피처폰 영광에 스마트폰 늦은 전환···실적부진으로 이어져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이미 정체기에 들어선 만큼 역전의 기회를 노리기 힘들고, 누적 영업적자가 5조원에 달하는 스마트폰 사업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일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권봉석 LG전자 대표가 직접 입장을 밝힌 만큼 조만간 사업 향배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부 대폭 축소, ODM 확대 예상=시장에서는 이미 매각, 사업부 축소, 타 사업본부와 병합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흘러 나오고 있다.
우선 업계에서는 사업본부 내 부서를 대폭 정리하고 외주생산을 통해 원가 개선을 극대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외주 업체나 통신사와 계약을 감안했을 때 MC사업부를 단기간에 철수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몸집을 줄이는 작업에 선제적으로 나서며 외주 제작 방식으로만 LG폰의 명맥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최근 LG전자는 MC사업부 내 ODM(제조업자개발생산)을 담당하던 BTD 사업실을 ‘ODM 사업담당’으로 격상시키기도 했다.
단 ODM 사업을 확대시켜 중저가 중심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이어가는 것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가전과 TV에서 쌓아 온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모바일 사업의 문제 핵심은 플래그십 판매 부진이었다”며 “플래그십 모델은 개발비가 크기 때문에 중저가 중심으로 북미와 중남미를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 단, LG 브랜드 경쟁력을 감안할 때 지속 가능한 전략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도 “ODM을 유지했을 때 고민은 LG전자 브랜드를 계속 써야 한다는 것”이라며 “R&D에 참여하는 만큼 문제가 됐을 때 책임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ODM으로 중저가를 유지하는 건 가격경쟁을 지속해야 하는 만큼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연구개발 인력 유지를 통해 사물인터넷(IoT), 모빌리티 기술개발을 이어가며 프리미엄 라인을 유지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박 연구원은 “모빌리티, 전장사업을 이어가려면 어쨌든 모바일에서 연관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며 “플래그십 위주로 제품을 가져가돼 많이 팔기 위한 ‘매스 프리미엄’ 제품이 아닌 소니와 같이 디스플레이, 모바일 기술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운영하는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적자폭은 상당히 감소하고 소폭 적자는 R&D 차원에서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설도 솔솔···페이스북·폭스바겐·빈그룹 등 거론=권봉석 사장이 MC사업부 운영 방향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밝히며 사업부 매각 가능성도 힘을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수 후보로 구글, 페이스북, 폭스바겐, 마이크로소프트(MS), 베트남 빈그룹 등이 거론된다.
구글의 경우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갖고 있으나 자체 생산 스마트폰인 픽셀 시리즈는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베트남 빈그룹의 스마트폰 제조사 빈스마트는 중저가 제품 위주로 경쟁력을 갖춘 만큼 LG전자의 프리미엄 제품 기술력을 확보할 경우 시너지가 예상된다.
이 밖에 독일 폭스바겐과 중저가 라인 위주의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인수 후보군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지난 CES 2021에서 LG전자가 롤러블폰을 깜짝 공개한 것이 신기술을 선보여 기업가치를 높이고 매각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사업부 매각이 기업가치 측면에서 최선의 선택이나 핵심 모바일 기술을 제외한 조건부 매각의 경우 인수자 입장에서 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매각에서 중요한 것은 특허의 포함 여부다. LG전자 입장에서는 IoT, 전장 사업 때문에 모바일 사업을 통매각 했을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여러가지 방법을 고민하겠지만 매각 보다는 사업을 통폐합하고 일부 축소하는 방향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늦은 대응···결국 사업부 존폐기로에=한편 과거 피처폰 시절 승승장구하던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실패에 대해 업계에서는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는 과도기에 늦은 대응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LG전자는 2005년 초콜릿폰, 2006년 샤인폰, 2007년 프라다폰까지 2000년대 초반 연이어 히트상품을 내며 승승장구했다. 2008년에는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노키아, 삼성전자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하지만 LG전자는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며 바뀐 시장흐름을 적기에 대응하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1세대와 2세대 스마트폰 제품 개발에 빠르게 착수한데 반해 LG전자는 스마트폰 대중화가 오래 걸릴 것이라는 맥킨지 보고서에 더 의존했다. 더욱이 당시 남용 전 부회장은 스마트폰 R&D인력을 정리하기까지 했다.
이후 LG전자 MC사업부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09년 10%를 상회하던 시장점유율은 2012년 3.3%까지 추락했다. 시장조사기관 SA(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LG전자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은 2.2%에 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경우 LG전자가 강점을 지닌 가전과 달리 긴 호흡으로 가는 제품이 아니다. 스마트폰은 소비자 교체 주기가 약 2년인데 첫 시도를 놓치니 그 바퀴가 돌아가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LG전자는 최근 베트남으로 생산기지 이전, ODM 확대, 혁신제품 ‘LG 윙’ 출시 등으로 반전을 노렸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대규모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외부에서 봤을 땐 수술이 필요한 시기다. LG전자도 과거와 달리 CEO가 입장을 내며 과감하게 메스를 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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