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유동성 안정적 확보 가능...카카오·네이버·셀트리온 등 선례개미들 “테슬라도 코스닥에선 상폐 됐을 것”...불공정 제도개선 촉구
2일 케이스트리트베츠(KSB)에 따르면 에이치엘비 주주연대는 이달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코스피 이전상장’을 사측에 요구할 방침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KSB 게시판에 올라온 관련 게시글은 80여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주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KSB 게시글 작성자는 “주요 파이프라인이 상업화 단계를 목전에 둔 에이치엘비가 제대로 된 가치부여를 못 받고 있다”며 “이는 기업성장에 방해되는 공매도 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코스닥 시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주주들 사이에서 이전상장 요구가 나오게 된 건 코스피의 낮아진 진입 요건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증권사의 기업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코스피에 상장되려면 시총 규모와 재무적 요건을 충족해야 했지만, 이달부턴 ‘시총 1조원’만 넘기면 가능하다. 현재 코스닥 6위인 에이치엘비의 시총은 3조7000억원 규모다.
KSB 게시판은 코스닥 시장의 부실한 체력과 불공정한 시장구조에 대한 성토장이 되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지난달 임상 논란으로 거래정지와 상장폐지설이 퍼지며 주가가 급락했고, 3위였던 시총 순위는 9위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잘못된 기사 하나로 시총 수조원이 날아간 셈이다.
KSB 운영자는 “이번 억울한 사건을 계기로 코스피 기업이 되고자 하는 에이치엘비는 이미 시총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며 “공매도 세력과 감독기관의 유착에 대한 고발 및 감사를 요청한 개인투자자들은 이와 별개로 시장 이전을 위한 세를 모으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에이치엘비의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에 취약한 코스닥 시장 탓에 기업가치가 훼손됐다는 입장이다. 성장주가 많은 코스닥을 공매도로부터 보호하지 못하면 ‘탈코스닥’ 행렬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나왔다.
이미 셀트리온, 카카오, 네이버, 엔씨소프트, 하나투어 등 굵직한 기업들은 코스피로 이전상장 후 몸집을 크게 불렸다. 이외에도 LG텔레콤, 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 포스코케미칼 등 코스닥을 떠난 종목은 40여개에 이른다.
한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코스닥은 2000년 2925.50p까지 상승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1000p를 밑돌고 있다. 20여년 전 나스닥(5000p)의 70%까지 따라붙었던 코스닥은 현재 7% 수준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몸집이 작은 코스닥 기업들은 상장폐지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고 소수의 우량기업들은 코스피로 도피하기 바빴다.
에이치엘비 주주 A씨는 “코스닥 시장은 해외 헷지펀드 등 공매도 세력의 현금인출기(ATM)로 전락했다”며 “반면 코스피는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가 가능한데, 덕분에 카카오의 주가는 이전상장 후 5배 급등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스닥은 4년 내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면 관리종목이 되는데, 테슬라도 코스닥에 있었다면 이미 관리종목 또는 상장폐지 됐을 것”이라며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에서 안전판이 돼야 할 기관투자자들은 단타 세력이 된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인 수익률로 평가받고 성과급을 받는 기관 펀드매니저에겐 영업이익 이슈가 있는 코스닥보단 코스피가 더 안전한 투자처”라며 “주력 기업가치가 미래 성장성인 코스닥 시장을 보호하지 못한 금융당국이 코스닥 활성화를 논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비판했다.
에이치엘비 주주들은 다른 바이오 기업들과 달리 가시적인 성과를 낸 만큼, 기업가치는 충분히 높다고 보고 있다. 에이치엘비의 항암제 ‘리보세라닙’은 중국에서 위암과 간암치료제로 판매되고 있고, 항서제약으로부터 매출에 대한 로열티를 받고 있다. 국내 유일하게 1·2·3세대 항암제 라인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이기도 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500조원 수준의 삼성전자의 시총은 코스닥에 상장된 모든 기업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며 “에이치엘비와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코스닥 대장주들의 코스피 이탈을 막으려면 불법 공매도 처벌 및 소비자 보호 시스템 구축 등 공정한 시장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에이치엘비 측이 주주들의 코스피 이전 상장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현재로선 주주들의 요구를 전해 들은 정도”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회사 입장이 결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