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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던 골프장까지 매물로 내놓은 윤석금···씁쓸한 영욕의 40년

아끼던 골프장까지 매물로 내놓은 윤석금···씁쓸한 영욕의 40년

등록 2021.04.09 08:05

수정 2021.04.09 08:45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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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하나씩 처분 과정 골프장 렉스필드CC까지 매물로 렉스필드 윤 회장 매일 오전 들르는 놀이터 각별한 애정플레이도시·북센도 매각 학습지 씽크빅만 남아 원점으로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각별히 아끼던 골프장마저 매물로 내놓으며 웅진 살리기에 나섰다. 웅진이 내놓은 렉스필드컨트리클럽(CC)은 윤 회장이 매일 오전 들르는 놀이터다. 그룹 재무사정이 어려워 위기에 처했던 상황에서도 골프장 관리만큼은 철저히 하며 애정을 쏟았던 곳이다.

웅진그룹은 윤 회장의 자식 같던 코웨이를 재인수 하는 과정에서 크게 흔들렸고 코웨이를 다시 토해낸 후에도 그 여진으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웅진북센과 웅진플레이도시 등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매각 수순을 밟았다. 결국 웅진그룹은 사실상 웅진씽크빅 사업 부문만 남아 단일 기업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윤석금 애착 갖는 골프장까지 시장 나와 =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경기도 여주시에 위치한 회원제 골프장 렉스필드컨트리클럽(CC)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렉스필드CC는 1990년 문을 연 골프장으로, 1996년 웅진그룹에 인수된 후 2003년 웅진코웨이개발의 골프장 사업부문이 분할돼 설립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웅진그룹 지주사 웅진과 극동건설이 각각 43.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윤석금 회장의 아들인 윤형덕 웅진투투럽 대표이사 전무, 윤새봄 웅진 사업운영총괄 전무가 각각 1.9%의 지분을 갖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으로 경영권은 웅진에서 보유하는 상황이다. 렉스필드CC의 지난해 매출액은 146억원, 영업이익은 13억원을 기록했다.

웅진그룹의 지분을 인수할 상대방과 이미 어느 정도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지는데 시장에서는 이 원매자가 극동건설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극동건설이 아닌 다른 원매자에 웅진이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서는 최대주주인 극동건설과의 합의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또 웅진 특수관계자들의 지분을 모두 인수해야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 반대로 극동건설이 매입하게 될 경우 별다른 합의 과정 없이 지분 인수와 경영권 확보를 이룰 수 있다.

렉스필드CC는 윤 회장이 상당히 아끼는 계열사로 알려져 있다. 윤 회장은 웅진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골프장 관리를 철저하게 하도록 했고 매일 오전 골프장을 찾을 정도로 애착을 갖고 있다. 차남 윤새봄 사업운영총괄도 종종 골프장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렉스필드CC를 매물로 내놓는 것은 웅진그룹의 상황이 그 만큼 좋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웅진그룹은 2019년 코웨이를 재인수 했다가 재매각 하는 과정에서 크게 흔들렸고 현재 대부분의 계열사를 매물로 내놓으며 정상화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골프장의 몸값이 어느 때보다 치솟은 만큼 지금이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주사 웅진의 재무구조는 2019년을 기점으로 크게 요동치고 있다. 웅진의 부채비율은 2018년 236.8%에서 2019년 995.0%까지 치솟았고 코웨이 재매각 후인 지난해에도 여전히 453.2%나 된다.

◇법정관리에 코웨이 재인수로 흔들···40년 ‘그룹’ 역사 끝 = 웅진그룹이 골프장까지 내놓는 상황까지 내몰리면서 사실상 ‘그룹’으로서의 웅진의 역사는 막을 내리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웅진그룹의 계열사로는 웅진씽크빅, 웅진에너지, 렉스필드CC, 웅진북센, 웅진플레이도시, 웅진투투럽, 웅진에버스카이 등 7곳 뿐이며 이 중 렉스필드CC, 웅진북센, 웅진플레이도시의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웅진씽크빅을 제외하고 제대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곳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웅진그룹이 40년만에 웅진씽크빅 단일 기업으로 전락한 것은 윤 회장의 무리한 사업 확장 때문이다. 윤 회장은 2000년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2012년 법정관리를 겪은 데 이어 지난 2019년에는 코웨이를 무리하게 재인수하면서 그룹을 다시 한 번 크게 흔들어놨다.

윤 회장은 방판업계에서 눈부신 성공을 거두며 30대 그룹 오너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180년 헤임인터내셔널(현 웅진씽크빅)을 설립한 후 1987년 웅진식품 인수, 1988년 코리아나화장품과 1989년 코웨이를 설립해 음료와 화장품, 정수기를 방판을 통해 판매했다. 특히 IMF 경제위기 이후 코웨이를 통해 국내 최초로 선보인 ‘렌털 사업’이 크게 성공하면서 웅진은 대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윤 회장이 2000년대 들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부터 웅진그룹의 사세도 기울기 시작했다. 웅진은 2007년 극동건설을 인수하며 건설업에 뛰어들었고, 2008년에는 새한(웅진케미칼)을 인수해 화학소재 사업에도 손을 댔다. 2010년에는 서울저축은행을 통해 금융업에도 진출했다. 웅진은 30대 그룹에 올랐으나 새로 진출한 사업들이 기존 웅진그룹의 사업과는 성격이 너무나 달랐고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까지 겹치며 재무상태가 크게 악화했다.

결국 웅진그룹은 2013년부터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알짜배기 계열사들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웅진식품, 웅진케미칼에 이어 그룹 성장 발판이었던 코웨이마저 매각했다.

문제는 윤 회장이 코웨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2018년 말 시장 매물로 나온 코웨이를 다시 사겠다고 선언한 뒤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하며 이듬해 3월 코웨이를 다시 품에 안았다. 이 때 웅진이 들인 금액은 2조원에 가까운데 1조6000억원이 외부에서 수혈한 자금이었다. 무리한 자금조달 이후 웅진에너지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지주사 웅진의 신용등급까지 떨어지는 등 그룹 전체가 크게 요동쳤다. 결국 윤 회장은 코웨이 재인수 100여일 만인 2019년 6월 재매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룹 모태 씽크빅 통해 재도약 발판 마련 = 웅진그룹은 코웨이를 다시 떠나보낸 뒤에도 후폭풍에 시달렸다. 무리한 인수로 피로감이 누적돼 경영 환경이 크게 흔들렸고 지주사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계열사들을 일으켜세울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웅진그룹은 지난해 웅진플레이도시, 웅진북센의 매각을 진행하기 시작했고 법정관리 중인 웅진에너지도 지난해 6월 상장폐지 됐다.

웅진그룹에 남은 계열사는 사실상 웅진씽크빅뿐이다. 웅진그룹의 재건은 현실적으로 물 건너 간 것과 다른 없는 상황이나 웅진씽크빅은 여전히 교육시장에서 막강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웅진그룹은 ‘그룹 모태’인 웅진씽크빅을 통해 교육 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웅진씽크빅은 최근 교육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에 분주하다. 지난해 웅진씽크빅은 사내 벤처로 출발한 키즈플랫폼 ‘놀이의 발견’을 분사하고, 윤 회장의 차남인 윤새봄 전무를 대표이사에 임명했다. 놀이의발견은 전국의 다양한 놀이, 체험학습, 창작활동 프로그램은 물론 전시회나 키즈카페, 테마파크 등을 연결해주고 있는 플랫폼 사업이다. 윤새봄 전무는 놀이의발견 기업공개(IPO)도 염두에 두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직접 회사 지분을 인수하며 사업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웅진그룹이 웅진씽크빅을 중심으로 한 교육기업으로 재편되면서 승계의 무게추도 윤새봄 전무에게 쏠리는 모양새다. 윤형덕 전무는 방판 사업을 맡고 있는데 코웨이 재매각 후 그룹 내 방판사업 규모가 크게 쪼그라든 상황이다. 윤새봄 전무는 웅진씽크빅에서 신사업을 맡는 한편 지주사에서도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웅진 지분도 형보다 더 많이 보유 중이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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