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대책이 구현하는 첫 사업장 된 ‘증산4구역’동의률 이미 67% 넘겨 본지구 지정 요건마저 충족낙후됐지만 증산역 등 역세권과 근접해 입지 좋아옆동네 ‘증산2’는 ‘자이’ 들어서, 2023년 입주 예정과거 뉴타운에 지정됐으나 내홍으로 해제된 아픔 겪어“마지막 기회”···인접구역 편입 요청 움직임도 나타나4월에 매매 단 2건 뿐, 현재 전세조차 구하기 힘들어
“이미 재개발 꿈이 한 번 엎어져서 실망감이 매우 컸는데, 기회가 또 다시 찾아오게 됐어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요. 나이 들기 전에 새 집에서 살아보는 게 소원이에요.”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 주민들>
정부의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이 당초 우려와 달리 일부 지역들 중심에서 순항 중에 있다. 그도 그럴것이 이 사업은 2·4 공급대책 일환인데‘깜깜이’ 발표로 시작부터 잡음이 많은데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투기의혹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됐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삐걱거릴 줄 알았던 정부의 공급정책은 이번에 후보지로 선정된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오히려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서울 은평구의 증산4구역(증산 4재정비촉진구역)이 해당 정책을 가장 반기는 듯하다. 정부의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이후 단숨에 주민동의율 3분의 2를 넘기더니 예정지구를 넘어 아예 본지구 지정 요건마저 충족하게 된 것이다. LH 관계자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동의로 한 달여 만에 속전속결로 달성하게 됐다. 최초로 지구지정 요건을 확보하게 됐는데, 증산4구역만큼 적극적인 지역도 없었다”라고 전했다.
25일 본지가 방문한 증산4구역은 그야말로 ‘달동네’였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얼마 안 되서 가파른 경사를 따라 낡은 건물들이 줄지어 있었다. 각 언덕마다 힘겹게 주차하려는 차량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건물 외벽들은 페인트칠이 벗겨지지다 못해 세월의 풍파를 맞은 흔적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대신 입지는 좋았다. 증산4구역은 6호선 증산역 바로 뒤에 위치해 있었는데, 수색증산뉴타운지역에서 역이랑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인근에는 또 경의중앙선과 6호선 모두 이용 가능한 디지털미디어시티역도 있었다. 걸어서 5~10분 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또 근처에는 월드컵 경기장과 CJ E&M 등 방송국들이 있어 재개발만 된다면 ‘명품 단지’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약 17만㎡로 수색증산뉴타운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재개발 지역이기도 하다.
증산4구역 주민들은 당초부터 재개발을 원했지만 2년 전(2019년) 내홍으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돼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기도 했다. 문제는 갈등이 있었지만 대다수의 주민들이 재개발을 원했다는 것이다. 당시 증산4구역 조합설립추진위원 관계자는 “주민의 80%가 재개발을 원하는데도 서울시가 정비구역 해제를 강행했다. 더욱이 주민들이 일몰 기한 연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시가 받아들이지 않고 구역 해제를 진행한 첫 사례이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증산4구역은 지난 2014년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설립됐으나 2년 안에 조합설립 동의율인 75%를 채우지 못했다. 이후(2019년) 추진위는 토지 등 소유자 32%의 동의를 받아 해제 기한 연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추진위는 시를 상대로 결정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해제 기한 여부가 서울시의 재량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그간 서울시에서 일몰제의 적용을 받아 구역 해제된 사업장은 종종 있었지만 주민들의 연장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증산4구역이 처음이었다.
이렇게 재개발의 꿈이 날아가자 주민들의 실망감은 당연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증산4구역 주민들은 인근의 재개발 지역들이 하나 둘씩 대형 브랜드 아파트단지로 변신하는 장면을 하염없이 지켜만 봐야 했다. 바로 옆 동네인 증산2구역은 곧 ‘DMC센트럴자이’가 들어서게 되는데 2022년 3월 입주 예정이다. 해당 뉴타운지역에서는 수색4구역이 현재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로 가장 빠르게 아파트촌으로 변신했다. 이 외에도 수색6구역(DMC 파인시티자이), 수색7구역(DMC 아트포레자이), 수색9구역(DMC SK VIEW), 수색13구역(DMC SK뷰 아이파크포레) 등도 이미 분양을 마치며 곧 대형 브랜드 단지로 거듭날 예정이다.
증산4구역 주민들은 “과거 재개발 꿈이 물 건너간 것도 마음 아팠는데, 바로 옆동네들이 우리가 바라던 아파트촌으로 변신하는 것을 지켜만 봐야하는 것도 곤혹이었어요. 때문에 이번에 다시 어렵게 찾아온 기회 놓치지 않을 거에요”라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은 “정부가 LH사건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차원에서라도 증산4구역의 재개발 사업은 빨리 진행될 것으로 기대되요. 한마디로 LH발 사건이 증산4구역에는 전화위복으로 작용한 것이나 다름없어요”라고 한껏 들뜨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최근(지난 20일) 김현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후보지 중 최초로 지구지정 요건을 확보한 증산4구역을 방문하며 주택공급 신속 추진을 약속하기도 했다.
10년 넘게 증산4구역에 거주했다고 밝힌 한 주민도 “민간 재개발도 좋지만 공공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민간으로 가면 사업 기간이 최소 10년이고 또 된다는 보장도 없다. 재개발은 속도와 기회비용의 싸움인데 민간만 고집하면 오히려 재개발의 꿈은 또다시 물거품이 된다. 우리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공공복합개발사업 1호가 된 증산4구역 소식이 세간에 알리게 되자 수색14구역에서도 동의서가 빠른 속도로 걷히고 있다. 또 주민 동의 3분의 2를 빠르게 모으게 되면 정부가 약속한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후보지 21곳 가운데 올해 안에 토지주 3분의 2에 달하는 동의(면적기준 1/2)를 받아 지구지정을 하는 사업장에 토지주에게 최고 수준인 30%포인트의 추가 수익률을 주기로 했다. 민간재개발을 추진할 때보다 토지 등 소유자가 얻는 사업 수익률을 훨씬 높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증산4구역을 부러워하는 시선 또한 있었다. 바로 인근 지역인 증산3구역 주민 일부는 4구역으로 편입이 가능한 지 문의하기도 했다. 해당 주민은 “이번 공공주도 정책 또한 인접구역 편입도 가능한 것으로 안다. 현재로써는 4구역으로 편입이 최선인 것 같은데 은평구청과 LH, 증산4구역 추진위 등에 모두 문의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은 “집 하나 단위로는 안 될 듯하니 가능여부 확인 후 주변 집들과 함께 진행해야 할 듯”이라고도 말했다.
이미 증산4구역의 부동산 매물은 잠김 현상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조회한 결과, 해당 지역에 4월에 매매 건수는 단 2건 뿐이었다. 일각에서는 전세조차 구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증산4구역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물건이 있어도 대부분 월세다. 매매는 간혹 빌라 한 통을 거래하기를 원하는 매도자가 나타나는데 아파트 시세를 감안한 20억원 이상을 부르곤 한다”라고 전달했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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