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결합 승인 속속···산은 “지켜보는 입장”공정위는 심사숙고···둘 모두 ‘유럽연합 분수령’“이동걸 밑그림은 톱10 국적항공사·조선 강국”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전제조건으로 내건 이동걸 회장의 거시적인 체질 개선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산업은행은 정부와 주요국 의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과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은 공정거래위원회와 주요국 결합 승인 여부를 분수령으로 남겨뒀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각각의 사안이라는 전제하에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글로벌 톱10’ 수준의 통합 국적 항공사를 띄우고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합병으로 ‘조선 강국’ 입지를 지원하겠다는 이 회장의 밑그림이 눈앞에 다가온 분위기다.
◇통합 국적항공사 연말 탄생 가능···공정위 심사숙고는 ‘변수’ = 속도가 붙은 쪽은 아시아나항공이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31일 태국에서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을 승인받은 데 이어 이미 지난 4월초 대만의 결합 승인을 받은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2월 터키, 4월 대만, 5월 태국 등 필수 신고 국가에서 3번째 승인을 받은 셈이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은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베트남 등 6개 필수 신고 국가 기업 결합 승인을 남겨두게 된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이들 9개 국가에 기업 결합을 신고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통합전략을 담은 ‘PMI’도 이달 중으로 확정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3월 PMI를 산업은행에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고용과 운임을 포함한 소비자 영향력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이동걸 회장이 “새로 탄생할 통합 국적항공사는 글로벌 항공산업 내 톱10 수준 위상과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설명한 만큼 PMI 검토 수준은 상당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목소리다.
공정위 판단도 변수다. 공정위는 애초 이달 초로 예정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 관련 경제분석 연구 용역 계약기간을 오는 10월 말로 연장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주요국 결합 승인 여부가 나온 뒤 공정위가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연구 용역이 완료되고 2주 안에 기업 결합이 경쟁을 제한하는지 여부를 담은 심사 보고서를 발송한다. 이후 전원회의를 열어 인수 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런 절차를 고려해 최종적으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승인은 연말께나 마무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국 결정에 따라 공정위의 인수 승인엔 어려움이 없겠지만 경제분석 결과에 따른 몇 가지 조건이 붙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항공 운임 인상을 포함한 소비자 편익이 주요 쟁점으로 거론된다.
◇현대중-대우조선 결합 분수령은 유럽···이동걸 “다른 국가도 EU 결정 따를 것” =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합병도 ‘가늠자’로 꼽히는 유럽연합(EU) 기업 결합 심사는 이달 중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월 기업 결합 심사를 내놓을 예정이던 EU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3차례 심사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연말까지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중국의 심사 승인을 따놓고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기업 결합 승인에 유독 까다로워 사실상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EU가 승인을 하면 나머지 일본과 공정위도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일본이 지난해 우리 정부를 겨냥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합병이 부당지원이라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것에서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입찰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조선업 특성상 일본이 이번 기업 결합 승인을 거부하는 식으로 사안을 확대할만한 명분을 찾긴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동걸 회장 또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EU 결정에 나머지 국가도 따라갈 것”이라며 “조건 없는 승인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렇게 안 된다면 개선을 해서 시정해 나갈 수 있다는 보고도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결합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사례와 마찬가지로 공정위가 한 발 물러서서 주요국 승인 여부를 확인한 뒤 승인 여부를 판단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모두 반대하고 있는 것도 부담스러운 요소로 꼽힌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dori@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