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인수의향서 받았지만 “고용승계 없다”유명순 은행장 “과도한 인건비 개선 여지없어”노조와 정면 배치···단계적 사업 청산까지 대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금융사 모두 소비자금융 직원 고용 승계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그간 노조가 요구한 고용승계와 근로조건 요구에 정면 배치되기 때문이다.
첨예한 노사 대립은 씨티은행이 LOI를 접수한 금융사를 최종입찰대상자로 선정해 내부 실사를 위한 문을 연 뒤에도 언제든 매각 절차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미 복수의 금융사가 LOI를 제출하면서 고용 승계에 부정적인 입장을 명시했으므로 이들이 실사를 거쳐 씨티은행의 내부를 파악한 뒤에도 노사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언제든 인수전에서 발을 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씨티은행이 최종입찰대상자를 몇 개 금융사까지 선정할지와 실사 이전 고용승계 문제를 매듭짓고 갈 것인지 여부에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으면서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접수된 인수의향서를 면밀히 검토한 후 최종입찰대상자들을 선정하고 이어서 상세 실사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것 외에는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최종입찰대상자가 단수인지 복수인지 여부와 실사 전 노사 합의부터 이끌어낼 것인지 공개할 수 있는 분명한 입장이 없는 것이어서 노조의 불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 매각 초기 당시 복수의 예비 입찰자를 제치고 HDC현대산업개발이 실사 단계까지 돌입했지만 그 과정에서 내부 소통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종 인수가 불발된 사례가 있다. 당시 실사 과정에선 자료 누락을 비롯한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차입금 문제가 표면 위로 떠오르며 난항을 겪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애초 실사만을 위한 매각 참여가 아니었느냐는 비판도 제기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를 사업 모델이 비슷한 금융권으로 한정하면 시선은 씨티은행이 실사 돌입 단계 전에 노사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로 쏠리는 데 고비용 임금 구조가 만만찮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18.4년으로 대형 시중은행보다 길며 그에 따라 평균 연봉도 높은 수준이다.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지난 3일 이사회 후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잠재적 매수자들은 전통적인 소비자금융 사업의 도전적 영업 환경과 당행의 인력 구조를 포함한 과도한 인건비 부담에 우려를 나타냈다”며 “이는 당행과 금융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이기에 긴 시일을 두고 검토하더라도 개선될 여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매각을 위해선 결국 인수의향자들의 입장을 전적으로 들어줄 수밖에 없으며 노조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들어줄 수는 태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씨티은행이 일단은 매각 절차를 원론적으로 진행하지만 단계적으로는 사업을 폐지하는 사실상의 사업 청산을 염두하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통매각→부분매각→사업폐지까지 단계적 입장 완화가 선명해진다.
금융권에서는 이 대목을 주시하며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매각을 2조원대로 추정한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내부에서는 가격보다 빠른 출구 전략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불확실성의 장기화가 결국은 고객과 직원 모두 이익에 반하므로 7월 안에는 출구 전략 윤곽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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