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과매도에 ‘박스피’ 재현 우려···반대매매 급증 추세개인 신용공여 한도축소 방향성엔 공감···‘타이밍’ 아쉬워반대매매 늘면 주가 하락 가속화···증시안정 대책 나와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8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5.72포인트(1.14%) 급락한 3097.92에 마감했습니다. 지난달 23일(종가 기준) 이후 약 한 달여 만에 3100선 밑으로 떨어진 겁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은 4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으나 선물은 1조원 넘게 팔아치웠습니다. 전날 미 국채금리 상승 여파와 경기위축 우려 확대 등 변수들이 국내 증시에 부담이 됐던 모양입니다. 올해 들어 약 40조원을 팔아치운 기관투자자들은 이날 하루에만 5516억원이나 순매도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5610억원 가량 사들였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증시가 힘을 잃으면서 반대매매 규모도 지난 5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반대매매는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후 주가가 급락하거나 약속한 만기 내에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처분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반대매매가 늘어날수록 주가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이야기겠죠.
이런 와중에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에게 개인 신용공여 한도를 줄이라고 지도했다고 합니다. 현재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까지인데요. 이보다 10~20%p 가량 낮추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6조6000억원 수준이었던 융자잔고는 올해 8월 25조7000억원까지 급증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신용융자를 축소시켜 나갈 것으로 보이는데요. 빚투를 줄인다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타이밍이 아쉽습니다. 지난 1년 반동안 증시 호황을 타고 빚투가 급증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용공여 한도 축소는 늦어도 너무 늦었죠.
개인 신용공여 한도를 줄이면 반대매매가 속출하게 될 테고, 이는 곧장 하락장의 뇌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투기세력이 아닌 선량한 일반 개인투자자들도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 겁니다. 주가 부양책을 꺼내도 시원찮을 판에 신용공여 축소카드를 지금 꺼내야만 했는지 씁쓸하기만 합니다.
대규모 반대매매가 불 보듯 뻔한 신용공여 한도 축소는 적어도 현시점에선 오판이라고 봅니다. 이를 통해 주가의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지면 이득을 보는 건 기관·외국인 중심의 공매도 세력밖에 없을 겁니다. 오죽하면 시장 일각에선 공매도 작전세력들이 금융당국에 침투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떠다닐까요.
‘뒷북’인 신용공여 한도 축소보다 기관투자자들의 과매도를 막고 증시를 안정시키는 일이 더 우선입니다. 긴급 대책회의 등 주가 부양을 위한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노력만이 개미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 겁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